위안화 2년만에 '꿈틀'…평가·전망 엇갈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0.06.20 14:38

인민은행, 위안화 변동폭 확대 발표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19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이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버블 억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올 초만 해도 중국 경제는 유럽위기와 국내 자산버블이라는 두 가지 암초를 동시에 만난 듯 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그치고 있다. 중국의 5월 수출은 전년비 48.5% 증가했다. 월간 증가율로는 6년새 최고다.

지난 4월 16억8000만달러였던 중국의 무역흑자는 5월 195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지난 3월만 해도 72억4000만달러의 적자를 봤으나 가파른 속도로 흑자 전환한 뒤 흑자 폭을 크게 늘린 것이다.

대출규제, 재산세 도입 등 강력한 조치를 통해 자산 버블도 상당히 억제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 절상돼도 중국 경제가 이를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환영' '실망' 엇갈려= 인민은행이 사실상 위안화 절상을 불러올 수 있는 조치를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짐 오닐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세계 시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 재정위기에 흔들렸던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되살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로치 모간스탠리아시아 회장은 "중국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에 투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같은 변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민간 수요를 창출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인민은행은 '절상'을 언급하지 않았고 환율 변동폭 확대 시기와 규모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권에선 애매하고 상투적인 표현일 뿐 실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미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JEC) 부위원장인 슘머 상원의원은 중국이 위안화 조정 시기나 규모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실망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애매하고 제한적인 표현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한 중국의 전형적인 대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JEC의 민주당 막스 바커스 의원(몬타나), 공화당 찰스 그래즐리 상원의원도 일제히 위안화 환율정책 변화에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며 오바마 정부가 계속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루비니, '위안화의 역설'= 미국은 위안화 환율 조절을 통해 위안화를 현실화, 즉 절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인민은행 발표는 이에 화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리라는 예상도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위안화 변동폭 확대의 결과 위안화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인민은행 발표에 대해 "최근 수년간 중국 환율정책에 대해 가장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유로가 약세를 거듭하면 위안화는 달러 대비 평가절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대비 유로의 약세에 맞물려 결국 위안화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건설은행 자오 징밍 애널리스트는 "유로가 약세를 지속하면 이는 위안이 달러 대비 약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고 루비니 교수에 동조했다.

한편 인민은행의 이번 발표에는 대외적 의미도 있다. 미국은 오는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위안화 환율 문제를 공식 거론할 뜻을 비쳤다. 이 회의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참석한다. 중국으로선 G20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리 다오쿠이는 "압력에 떠밀린 것이 아니라 중국의 독립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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