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학교에서만 입다문 아이 '선택적 함구증'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 2010.03.27 10:30

[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초등학교 2학년인 미영(가명)이는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로 내원했다.

집에서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을 많이 하는데, 밖에서는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 이외에는 학교생활을 그럭저럭 잘 따라해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학교는 잘 다니고 있었으나, 말을 안 하는 문제가 좋아지지 않아 내원하게 됐다.

병원에 와서 미영이는 묻는 말을 다 알아듣고 눈치도 빨라 보였으나,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치료자의 눈치만 보면서 묻는 말에 전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약물치료와 놀이치료를 병행하면서 약 20회 이상 꾸준하게 치료하자 치료자와의 접촉이 자연스러워지면서 간단한 말과 의사표현을 하게 됐고 학교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영이는 전형적인 선택적 함구증 아동이다. 선택적 함구증이란 부모, 형제 등과 같이 가까운 사람과는 말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를 보이지 않다가도 밖에 나가면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특수 질환이다.

가족이 볼 때는 말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아이가 일부러 얘기를 안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혼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택적 함구증 아동은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말을 못하는 심리적인 질환이므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보는 것이 맞다.

선택적 함구증을 보이는 아이는 예민한 편이고 낯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쉽게 가지기 때문에 흔히 수줍음, 소심함, 두려움, 불안, 공포, 신경질적인 행동, 엄마에게 매달리는 행동 등을 자주 보이게 된다.


이러한 아이의 심리 상태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어머니에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이거나 침묵을 무기로 반항하는 형태로 삼는 경우도 있다. 또는 이사나 이민, 심리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건 이후에 우울증과 함께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내 목소리가 남이 들을 때 이상하다고 느낄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해 공포심을 갖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이가 선택적 함구증이 의심될 때에는 원인이 되는 심리적인 상태를 잘 파악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1개월 정도는 아이를 따뜻하게 격려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좋고, 6개월 이상으로 지나치게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는 학교 부적응이나 사회성 발달의 문제, 학습장애 등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말하기를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점차적으로 말하기 대상을 확대시켜서 체계적으로 진전이 오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가족 간에 감정적인 갈등이 있거나 아이가 정신적으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선택적 함구증 아동은 낯선 치료 과정을 처음에는 싫어하거나 거부하기가 쉽고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부모가 조기에 성급하게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꾸준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은 예후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성급하게 중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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