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스스로 머리칼 뽑는 3살 아이의 '발모광'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 2010.03.13 10:10

[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만 3세 된 현중(가명)이는 머리 가운데가 동전만큼 뭉텅이로 빠졌다. 현중이 엄마는 원형탈모증이 아닌가 의심돼 피부과와 소아과를 찾았지만, 큰 이상은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오히려 아이가 심리적 스트레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소아정신과를 추천받아 내원하게 됐다. 엄마가 직장 생활을 잠시 그만두고 현중이를 관찰해보자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중이는 발모광이라고 불리우는 충동조절장애를 앓고 있었다. 현중이는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전일 위탁양육을 받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처리하지 못해 이런 증상을 보인 것으로 보였다.

부모와의 소원했던 관계를 개선시키고, 현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도와주자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이 점차 나아졌고, 몇 개월 후에는 머리카락도 빠진 부분 없이 잘 자라게 되었다.

현중이와 같은 경우를 발모광이라고 한다. 어른 중에서도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기도 모르게 눈썹이나 머리카락을 뽑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경우가 있는데, 어린 아이에서도 이러한 증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발모광은 일종의 강박증과 유사한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이다. 이 병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카락 등을 맨살이 드러날 때까지 습관적으로 뽑는 것이다. 반복적이며 머리카락이나 털을 뽑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르기가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발모광으로 진단을 내리려면 행동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측면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한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동이 결국에는 맨살이 드러날 정도가 되고, 또한 심리적으로도 머리카락을 뽑고자 하는 충동이 있으며 뽑고 나서야 만족감을 느끼는 특성을 갖추어야 한다.

심리적인 측면이 없이 단순하게 머리카락만 습관적으로 만지작거리다가 한 가닥씩 뽑는 경우는 전체 인구의 약 4% 정도로 비교적 흔한 편이지만, 발모광으로 진단을 붙일 수 있는 경우는 0.6~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발모광은 여자 아이에서 더 흔하게 관찰되며, 유소아기와 청소년기에서 잘 나타난다.

발모광은 강박증이나 틱장애와 동반되기가 쉬우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자아 존중감이나 만족감 등이 낮은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학업 부담감으로 인해 가중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을 뽑는 청소년들도 있으므로 우리 아이가 머리카락을 자꾸 뽑는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는지 잘 살펴보고 소아정신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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