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예비조사 통과 다음날인 14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는 잠잠했다. 강남구가 11월 중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핵심인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연내 결과를 확정할 것이라고 재건축 추진의사를 강하게 피력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안전진단 소식에도 찬바람 '쌩쌩'=현재 은마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11억9000만~12억2000만원, 76㎡는 10억1000만~10억4000만원에 각각 시세가 형성돼 있다. 76㎡ 급매물은 저층이 9억9000만원, 고층은 10억~10억2000만원 선이다. 지난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전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00만~3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하지만 매수세는 따라붙지 않고 있다. 9월 이후 거래가 거의 없었고 안전진단발표 후에도 한 건 정도 체결됐다는 게 인근 부동산관계자의 말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 L공인관계자는 "안전진단은 이미 예견된 거라 호재거리도 아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재건축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정부는 DTI 규제를 수도권까지 확대한 데 이어 제2금융권까지 적용키로 하면서 자금줄 죄기에 나섰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당초 DTI규제가 적용돼 온 곳이지만 심리적 효과가 크게 작용, 상승세가 주춤하고 거래가 거의 없다.
최근 재건축아파트가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갈 길이 멀기 때문이란 인식도 작용했다. 대치동 부동산뱅크 공인관계자는 "인근 청실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후 조합설립까지 가는데 5년이나 걸렸다"며 "관리처분까지 받은 잠실 가락시영아파트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판국에 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은마아파트는 28개동과 상가주인들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시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꺼리는 이유다. 소형평형 건축의무비율, 이익환수 등 재건축아파트 규제로 묶여있는 상태에선 새로 지어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76㎡의 경우 1대1 방식으로 재건축해도 전용면적 10% 밖에 늘어나지 않고 넓은 평수를 받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84㎡의 경우 대지지분이 약 54㎡, 76㎡은 47㎡로 잠실 주공5단지 등과 비교해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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