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은행ㆍ증권 CMA공생법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 2009.07.28 12:14
 
필자는 금융부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4월13일 `증권사 지급결제 난센스'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자본시장법이 추진되던 시절인데 그 칼럼에서 증권사에 지급결제서비스를 허용하지 말라고 했다.

논리는 간단했다. 지급결제는 금융의 최하부를 이루는 인프라이므로 공공성이 강한 은행이 투자의무와 함께 우선권을 갖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증권사는 돈을 버는 상업조직이어서 결제에 수반돼야 할 공공마인드를 갖기 힘들므로 지급결제를 일부라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상업보험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급결제망은 대단위 투자가 누적적으로 필요하다. 인프라이므로 그 자체로 수수료를 많이 매겨 돈을 벌려고 욕심을 내서도 안된다. 대신 투자비용을 뽑도록 지급결제성 저금리 예금을 유치해서 운용, 파생적 이익을 얻는 게 용인돼왔다.

 지금은 증권부장이지만 이 생각은 변함없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든 현실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중심으로 지급결제가 허용됐다. 사실상 증권사에 뱅킹서비스가 허용된 것으로 CMA에 관한 한 `삼성증권은행' `대우증권은행'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ATM에서 증권사 간은 물론 증권사에서 은행으로 자유이체, 입출금이 가능해졌고 신용카드도 추가됐다. 일부지만 지급결제에 관한 한 은행 독점이 깨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과 편의성이 높아졌으니 좋은 일이나 금융시스템적 면에서는 위험이 부각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혜택을 받은 증권사는 그에 맞는 의무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공동결제망을 쓰는데 따른 정당한 비용은 부담해야 하고 지급결제시스템 투자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 곳이 자칫 마감을 못하면 연쇄적으로 피해가 나타나는 시스템 리스크도 익히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CMA에 대출ㆍ신용카드ㆍ결제기능이 첨부되면서 금리민감도는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CMA를 놓고 금리로 과당경쟁을 벌여서도 안된다.


 은행은 은행대로 현실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되돌릴 수 없다면 새로운 라이벌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장구도가 좋게 잡혀가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소액지급결제와 관련해 증권사가 은행과 같은 지위가 되면서 파생되는 현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테면 신용카드 결제계좌는 예금과 CMA 둘 다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 가령 기존 은행예금을 결제계좌로 하는 은행계 카드라도 손님이 원하면 원칙적으로는 증권사 CMA로 결제계좌를 옮길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CMA 신용카드 결제계좌도 은행 예금이 될 수 있다.

 이는 시장 면에서 은행 예금을 결제계좌로 하는 은행계 카드, CMA를 결제계좌로 하는 은행계 카드, 은행 예금을 결제계좌로 하는 CMA 신용카드, CMA를 결제계좌로 하는 CMA 신용카드 등으로 고객서비스와 혜택을 세분화할 필요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같은 결제계좌 개방은 곧 ATM의 개방이기도 하다. 은행 ATM에서 CMA자금을 인출하고 증권사 ATM에서 은행 예금 인출이 가능해지는 게 맞다는 것이다.

 지금 은행의 대응은 시비조가 너무 많다. 그런 만큼 건설적 논의는 줄고 감정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CMA 지급결제서비스는 단순히 밥그릇 싸움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다.

분명 새로운 차원의 경쟁구도와 서비스 차별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감독당국과 더불어 새로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이 같은 열린 논의가 없으면 CMA 지급결제는 은행과 증권사 모두에 서로 안하느니만 못한 일이 돼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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