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맥락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관련해 증권위탁계좌에도 은행이 담당하는 공공성 강한 기간기능인 지급결제기능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황당하다. 주식투자자나 증권사에 대단한 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위험만 큰데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진 자통법 제정에 이 메뉴가 왜 필요한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국제적으로 망신감이다. 미국은 증권사에 지급결제업무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고 캐나다는 참여를 허용했지만 막대한 비용부담 때문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고객예탁금을 은행 보통예금 이용하듯 인터넷·ATM·전화·휴대폰 등을 이용해 입출금, 송금을 하고 신용카드까지 결제하자는 것이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구상이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가상계좌를 통해야 하는 지금보다 다소 편해지는 것은 있다. 그러나 대신 이용수수료 부담이 많이 파생돼 전체적으론 덕보는 것도 없다. 증권사가 은행의 기업고객이 아닌 은행과 같은 반열의 결제주체가 되면 증권사에서 은행으로 돈을 부치는 것이 타행이체가 돼 지금보다 많은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손님과 증권사간 거래 이면에 금융기관간 청산·결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더 끔찍하다. 결제기관으로선 손님이 지시한 거래이행은 일종의 신용거래다. 오늘 이 손님, 저 손님이 요청한 것을 장부상으로만 이체기록을 해놓고 실제 돈은 다음날 모여 한꺼번에 정산하는 식이다. 이런데 증권투자와 얽혀 얼마든지 레버리지가 가능한 고객예탁금에 대해 처음부터 결제에 투철할 수 없는 증권사가 지급결제망에 들어왔을 때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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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 밝은 선진국이 바보라서 증권사에 지급결제기능을 안주겠는가. 아주 사소한 확률의 위험도 거부할 만큼 안전성이 생명인 금융의 최하부 인프라이기에 그렇다. 함부로 겸업논리를 갖다붙이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