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 중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친박(친 박근혜)이라는 분들이 당의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발언 수위는 높았다. 친박, 주류, 비주류 등 평소 자제하던 단어까지 쏟아졌다. 박 전 대표는 "'친박 때문에 당이 안 되고 있다', '친박 때문에 선거에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자신이 당 대표를 하던 시절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냈다. 박 전 대표는 "내가 당 대표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었고 그건 항상 있는 거 아니냐"며 "이걸 갖고 화합과 갈등이 어떻고 하면서 갈등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에 얘기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평소 당내 계파 갈등은 없고 의원들간 사소한 의견차는 자연스러운 것이란 논리를 펴 왔던 당 지도부와 친이(친 이명박)계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써 부정해 오던 계파 갈등을 인정하며 화해의 손을 내민 순간 '뺨을 맞은 격'이기 때문.
박 전 대표는 원칙론도 강조했다. "어떤 공천이든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에 따라 해야지 이를 따르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공당이 아니다"라는 것.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대해서는 "이미 입장을 밝혔다"며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회적으로 당 지도부가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질타한 것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은 10일(한국시간) 국회 국방위의 방산외교를 위해 터키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원래 생각대로 원내대표를 안 하려 한다"고 밝혔다. 친박의 '대표'와 '좌장'이 입장을 정리하면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이후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당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에 대해 "지난해 같은 전당대회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박 전 대표처럼 당내에서 지도력과 영향력이 큰 사람이 나와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특히 "전대가 개최되면 최고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독립된 의견을 가진 사람이 나와 얘기해야 한다"며 "최고위원이 누구의 의견을 대신 반영하는 것은 당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박희태 대표는 일단 오는 11일 박 전 대표가 귀국하면 직접 만나 얘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도 "만나겠다고 하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해 회동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결'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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