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웃는 박근혜, 금간 형님 리더십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4.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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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웃는 박근혜, 금간 형님 리더십


다시 박근혜다. "이번 재보선 승자는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란 말이 나온다. 4·29 재보선 이튿날인 30일 여의도 정가의 반응이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한층 강화된 '날개'를 달았다. 경북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친박(친 박근혜)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친이(친 이명박)계 정종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 돌풍을 일으키며 '박근혜의 힘'을 과시한 지 1년 만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박 전 대표가 개입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는데도 정수성·정종복 두 후보간 표 차가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당 안팎에선 "역시 영남권 맹주", "선거의 여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 전 대표의 부상은 5월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선출을 두고 친박의 세 확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은 그동안 집권 여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목소리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짧다고도 길었다고도 할 수 없지만 이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표심으로 확인된 박 전 대표의 역량과 인기는 당내 의원들의 차기 주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어디에 줄 서야 할지'가 명확해진 셈"이란 말까지 나온다.

한편에선 박 전 대표가 승리감을 젖어 안주하다간 다시금 당내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당 대표 시절부터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불패를 기록했지만 정작 대선 경선에선 낙마한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다.

박 전 대표의 맞은 편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있다. 이 의원은 경주 패배로 직격탄을 맞았다. 경주에서 패한 정종복 후보는 이 의원의 측근이다.


당 안팎에선 "'형님 리더십'에 금이 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정수성 후보의 무소속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는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억울하다"고 했지만 박 전 대표는 이튿날인 지난 1일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선 원론적인 얘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당장 경주 민심이 그랬다.

조용히 웃는 박근혜, 금간 형님 리더십
이 의원을 정면으로 겨눈 이 '한 방'으로 '형님 리더십'은 이 때부터 삐걱댔다. 이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폈지만 경주에는 일체 발을 들이지 않았다. 이 의원은 "가고 싶지만 못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친이계 일각에선 이 의원의 위축으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론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에 대항할 유일한 대항마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전 최고위원 역시 이번 재보선의 수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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