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오마하 현인' 사로잡은 中 전기차

오마하(미 네브래스카)=김준형 특파원 | 2009.05.03 08:14

[버크셔 주총 7]차분한 분위기..버핏 영화속 '세일즈맨' 강등

'미 자본주의의 우드스톡', '오마하 축제'로 일컬어지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5월 첫째 주말을 맞아 열렸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지만 1년새 주가가 30% 이상 폭락하고 지난해 순익이 49억9400만달러로 전년대비 반토막 났다.
1965년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낸 만큼 올해 주총은 마냥 축제 분위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인생과 투자 철학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주제가 유쾌하게 거론됐던 과거 주총과 달리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올해는 기업실적과 경기전망에 대한 차분한 질문들이 주총장을 주도했다.
버핏과 찰스 멍거 부회장은 유머와 진지함이 조화된 콤비플레이로 '주주잔치'를 이끌며 안도와 희망을 보내고자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이 캐릭터로 분장한 버크셔 계열사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오마하=김준형 특파원]

○…주총장인 오마하 시내 퀘스트센터는 오전 7시부터 입장이 허용됐지만 새벽 5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이미 먼저 입장하려는 주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시가 가까워지면서 입장을 기다리는 주주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버핏 회장 및 그의 절친한 친구인 찰스 멍거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기회를 갖기 위한 주주들의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올해는 주주와의 대화 방식을 바꿨다.
사전에 선정된 뉴욕타임즈 CNBC 등 언론 매체들이 독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주총장에서 질의응답시간을 진행했다.
버핏 회장은 "나도 78세 늙은이인데, 발 빠르다고 대접해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주총 진행방식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도 7시 주총장 문이 열리자마자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주주들의 '총알 달리기'는 어김없이 재현됐다.
↑ 빌 게이츠 시니어의 자서전 사인회를 찾은 워런 버핏(오른쪽)

○…주총장 1층에는 아이스크림 회사 데어리 퀸, 보험사 가이코 등 35개 계열사 전시관이 마련됐다.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계열사 영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작년에 비해 전시관이 훨씬 늘었다.

특히 지난해 버핏이 지분을 10%나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비야디(BYD)자동차가 올해 '버핏 패밀리'로 첫 데뷔, 주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BYD는 한 번 충전으로 100㎞ 이상을 달리는 전기자동차 E6와 F3DM 실물을 전시하고 관람객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성의를 보였다.

현장 책임자 중국인 프레드 니씨는 "2011년까지 미국내에서 E6와 F3DM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대당 가격은 2만5000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이회사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니씨는 "버핏이 지분을 매입한 이후 주가가 올라 기쁘다"며 "앞으로도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전시관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전회장의 부친, 빌 게이츠 시니어(83)가 자서전 '삶의 진실(Showing Up for Life)'사인회를 가졌다.

게이츠 전회장과 나이차를 넘어 돈독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버핏 회장은 사인회장을 찾아 10분 가까이 담소를 나누며 사진 촬영에 응하는 성의를 보였다.

지난해는 '결석'했던 빌 게이츠 회장도 이날 주총장을 찾아 끝까지 주주와의 문답을 지켜봤다.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주총을 앞둔 지난달 28일 "“버핏이 더 이상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 회사의 문화와 가치를 보호하겠다"고 재다짐해 주목받았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장에 등장한 중국 비야디(BYD)자동차의 전기차 F3DM을 관람객들이 관심있게 쳐다보고 있다.[오마하=김준형 특파원]

○…주주총회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주총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영화상영으로 시작됐다.

버핏은 패러디를 통해 월가 투자회사들의 무책임을 꼬집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진한 실적을 사과하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 계열 가구회사 '네브래스카 퍼니쳐 마트'의 침대 판매원으로 등장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버핏은 "버크셔가 'AAA' 신용등급을 잃어 세일즈 일을 맡게 됐다"며 "이사진은 이게 '승진'이라고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중간에는 타이거 우즈가 '카메오'로 등장, 버핏 회장에게 골프 교습을 받기도 했다.

○…45분간의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오전 8시30분부터 5시간 반 동안 계속된 마라톤 주주총회는 지역 환경단체 회원들의 시위가 곁들여졌던 지난해와 달리 '돌발 상황'없이 차분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버핏 회장의 조카가 버핏에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애인에게 실제로 청혼하는 '깜짝쇼'가 피날래를 장식했다..

버핏은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가정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두사람의 '약혼'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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