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빠진 한나라당…놓쳐버린 표심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4.30 17:07

[이기자의 '정치야 놀자']

편집자주 | 마흔이 넘어 서여의도를 밟았습니다. '경제'로 가득 채워진 머리 속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려 합니다. 정치….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리번거리겠습니다. 좌충우돌하겠습니다. 정치를 먼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삶 속에서 숨쉬는 얘깃거리로 다뤄보겠습니다. 정치를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데려 오겠습니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주나라 주공(周公)은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이다. 문왕과 무왕을 도와 주 왕조의 기초를 확립했다. 무왕이 죽은 뒤 나이 어린 조카 성왕이 제위에 오르자 섭정을 맡았다.

간사한 무리들은 출중한 능력을 갖춘 주공이 황위를 탐하고 있다고 모함했다. 하지만 주공은 끝까지 조카를 도왔고 중국 역사상 가장 빛나는 충신으로 우뚝 섰다.

공자가 칭송하듯 주공은 위대한 정치가였다. 예악(禮樂)과 법도를 제정해 주 왕실의 제도 문물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진정한 정치'라는 이상을 현실에 적용한 지도자로 손꼽힌다. 좋은 관습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백성의 정서를 함양하고 이를 통해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정치의 성패는 백성의 마음자리에 있다는 것을 일찍이 알아챈 위대한 지도자였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전략은 끝내 실패했다. 29일 치러진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라는 큰 주제 아래 각종 숫자를 담은 각론을 내걸었지만 결국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5곳에서 모두 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수도권이자 최대 승부처인 인천 부평을을 놓친 것이 무엇보다 아프다. 집권 여당임을 강조하며 GM대우를 회생시킬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무위에 그쳤다. 옛 통상산업부 자동차조선과장과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거쳐 '자동차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재훈 후보를 투입했지만 허사였다.

울산 북구에서는 금융 및 재정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내세워 울산 지역 자동차산업을 지원할 최적격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숫자에 밝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금융 전문가는 울분을 삼켜야 했다.


#홍영표 인천 부평을 당선자(민주당)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해 5%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홍 당선자는 이 지역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 한 사람이다. "우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아니냐"는 정서에 호소했다. 기업 경영으로 따지면 '맞춤형 마케팅', '시장밀착형 공략'이었다.

진보신당은 울산 북구에서 막판 단일화를 통해 국회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모여 있는 이 지역에서 노동운동 출신 후보는 '그가 아닌 우리'로 대접받았다. 조승수 당선자는 울산시의원, 울산 북구청장을 거쳤다. 울산 시민들 입장에서 이미 '한 식구'로 여길 정도로 오래 공을 들였다.

#한나라당에선 "왜 이렇게까지 됐나"라는 당혹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마음, 지역정서 등을 배려해 후보를 선정하고 선거전략을 짜고 선거운동을 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투표소에 가서 기표를 하기 직전에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무얼까. 구체적인 정책이나 숫자보다는 '이 사람이라면 기대할게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믿음에 의지한다. 동그라미를 누르는 손가락 끝에는 숫자도 없고 치밀한 계산도 없다. 하지만 그 손가락들은 모여모여 늘 일정한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그것을 '민심'이라 부른다.

역대 위대한 정치가들은 예외없이 '마음을 다루는 전문가'였다. 국민의 마음자리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이 훌륭한 정치다. 이것이야말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한나라당이 진정 약속을 지켜내는 출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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