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주 한은 부총재보, '통화스와프 1등공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10.30 08:54
30일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하게 된 데는 청와대, 기획재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광주 한국은행 국제담당 부총재보(사진)의 공이 컸다. 이번 계약의 당사자가 이 부총재보와 연준 뉴욕의 더글리 부총재인 만큼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이 부총재보는 최근 미국 현지로 날아가 이번 계약성사를 위한 세부협상 등 실무작업을 총지휘했다. 이날 새벽 3시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간단한 세면과 면도만 하고 다시 한은으로 달려올 정도로 이번 계약에 몸을 던졌다.

그가 이번 통화스와프계약을 성사키로 마음먹었던 것은 지난달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연준이 유럽중앙은행(ECB) 및 스위스,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을 호주, 덴마크 등 4개국으로 추가 실시한 시점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그는 미국 현지 주재원에게 연준을 접촉해 계약성사 가능성을 타진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연준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 국제통화스와프 거래는 통화 자체가 국제결제성 통화여야 했고, 계약을 맺은 국가들의 신용등급은 모두 AAA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

하지만 이 부총재보는 포기하지 않았다. 10월8일 연준의 집행부서격인 뉴욕 연준의 더글리 부총재를 접촉해 계약 추진에 대해 논의하고, 연준 이사회의 도날드 콘 부의장을 만나 성사여부를 다시 타진했다. 역시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연준은 한국정부와 질의응답을 거치면서 논의를 시작할 수는 있다고 다소 가능성은 열어놨지만 다른 나라와의 관계 등을 들어 여전히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집요한 성사노력은 계속됐다. 3일 뒤인 10월11일 그는 연준의 실무담당 국장을 만나 한 시간동안 실무적 절차 등을 이야기했고, 이 자리에서 성사가능성에 대한 예감을 받았다. 이후 실무협상은 지난 4~5일간 급속히 진행됐고, 이날 결국 계약체결 합의에 이르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미국의 부정적 반응을 어떻게 무마시켰을까. 이 부총재보는 "한국경제는 세계 GDP규모로 13위, 무역규모 11~12위인 반면 금융부분이 이에 걸맞는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처럼 개방화 진전이 빨리 된 개도국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며 "외국인 주식비율, 채권참여 등 자본시장 개방상황과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세계경제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이 국제금융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강조한 전략이 들어맞은 셈이다.

이 부총재보는 51년생으로 75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한은에 입행했다. 89년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부총재보는 지난해까지 한국경제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경제전문가다.

한은에서 조사부, 인사부, 금융경제연구소, 자금부, 정책기획국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그는 국제국 북경사무소장, 국제국장 등 국제관련 주요보직을 맡다 지난해 4월 국제담당 부총재보로 임명됐다.

↑ 3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미 연준과 통화스왑계약 체결'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광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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