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강만수 극본-신제윤 연출

여한구.이학렬 기자 2008.10.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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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의 끈끈한 관계도 도움' 후문

한미 통화스와프, 강만수 극본-신제윤 연출


한국 경제를 곤경에 빠뜨렸던 '외화유동성 위기설'을 일거에 날릴 수 있는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다. 이같은 '쾌거'를 이끌어내기까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숨은 공로가 빛 났다는 후문이다.

통화스와프 계약의 주체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 하지만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이론적인 틀은 강 장관이 짰고 이를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이 실행했다는 것. 한미 통화스와프는 '강만수 극본-신제윤 연출'에 의한 '웰 메이드' 작품인 셈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속화된 계기가 됐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9월14일)를 신청하고 나서 며칠 뒤인 9월 18일께 미국 재무부에 원·달러 스와프를 공식 요청했다.

이런 우리측의 요청에 미국 정부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측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A'로 다른 통화스와프 계약 국가들(AAA)에 비해 낮고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할 경우 다른 이머징 국가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는 점을 들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선진 7개국(G7) 등 선진국과만 통화스와프를 하고 이머징 국가는 외면할 경우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이 선진국에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역전이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를 압박했다. '리버스 스필오버' 논리는 강 장관이 직접 고안했다.

신 차관보는 이 논리를 바탕으로 클레이 라우리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의견을 조율해갔다.

이같은 논리와 압박에 한·미 통화스와프에 미온적었던 미국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린 이달 중순 쯤에는 양국간 통화스와프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었다.


강 장관은 IMF 연차총회와 G20 재무장관 기조연설을 통해 "신흥시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감안할 때 선진국간에 이뤄지고 있는 통화스왑 대상에 신흥 시장국이 포함될 필요성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IMF 연차총회가 열린 워싱턴에서는 노력하는 수준이었고 곧이어 뉴욕(이달 14~15일)에 갔을 때 확실한 언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열차로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 휴대전화로 신 차관보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청와대에 보고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신 차관보는 당시 한·미간 통화스와프가 사실상 결정됐음에도 강 장관을 동행 취재한 기자들에게는 "가능성이 없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등 철통보안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움직였다.

신 차관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다, 결정의 주체가 미국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안을 지키려다보니 (기자들에게) 달리 말했다"며 "국익적 차원에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양국 정부가 통화스와프 체결에 합의한 뒤부터는 한국은행과 FRB가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이광주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가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협상을 진행했고 이날 새벽 낭보가 전해졌다.

이 같은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데에는 직접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조시 부시 미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도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강만수 장관은 "리버스 스필오버 논리가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아이디어를 누가 낸게 중요한게 아니고 한국은행을 비롯해 여러 경로에서 노력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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