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는 노무현 프레임?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09.30 10:28

[제비의 여의도 편지]

# '종합부동산세'의 이름은 여럿이다. 한나라당은 '징벌적 세금'이라 부른다. '세금 폭탄'은 별칭이다. '부유세'라고도 불린다.

여기에 이념까지 덧씌워지면 '좌파 세금'이 된다. 정치가 아닌 경제적으론 "비합리적 세금" "잘못된 세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름은 많았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없어져야 할 세금" "당연히 폐지돼야 할 세금"이었다. 최소한 여권 내 기류를 보면 '종부세 반대'가 대세였다.

그런데 달라졌다. 다른 이름이 들렸다. 어느새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할 세금"이 됐다. '국민 정서법' '떼법' 등을 질타했던 한나라당에서 말이다.

# 여권의 버팀목은 법과 원칙이었다. 실제 그랬는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명분은 항상 '원칙'이었다. 촛불에 흔들릴 때도, 야당이 덤빌 때도 '법과 원칙'을 내걸었다.

언제나 '비정상의 정상화' '비합리의 합리화'를 최대 무기로 삼았다. 수도권 규제 완화 등 논란이 일 때마다 당당했다.

그런데 종부세 앞에선 달랐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홍준표 원내대표)이 됐다. 지켜보는 사람이나 당사자들이나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여당의 원내 사령탑은 "MB(이명박 대통령)의 개혁 과제 중 종부세가 가장 먼저 개혁 과제로 떠오른 게 곤혹스럽다"고까지 했다.

# 이해는 간다. 고민이 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집권 여당에선 설명 대신 변명만 나온다. "원칙적으론 맞지만…" "공약 사항이지만…" 등 한발 빼는 게 이제 습관이 됐다.

그러면서 내놓는 게 결국 '노무현 탓'이다. "종부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 좌파 법안이다.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없는 자에게 나눠 준다. 지방세와 연계시켰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뿐 아니라 중앙과 지방간 싸움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이 설정한 프레임에 갇혀 버렸다. 이것을 깨야 하는데 국민 정서에서 상당한 거부감이 올 수 있다"(홍준표 원내대표)

# 맞는 말이다. 지금의 여당이 굳이 분석하지 않더라도 이미 참여정부 때 당사자들이 널리 공언했던 바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종부세 등과 관련 "세수로 인해 득을 보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고 이해관계가 생기게 되고 그 분들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계속 감시를 하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유명한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운 세금'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홍 원내대표 말대로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게 맞다.

하지만 172석을 쥔 거대 여당의 푸념치곤 초라하다. '노무현 프레임'이라고 외치는 것은 야당일 때 의미가 있었을 뿐 이젠 그 생명을 다했다.

'부자 VS 서민' '중앙 VS 지방' 등의 프레임을 을 대체할 'MB(이명박 대통령) 프레임' '한나라당 프레임'이 없다면 평생 남이 짜 놓은 프레임 속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다.

종부세를 둘러싼 여권 내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1주택 VS 다주택' '비합리 VS 합리' 등 새 틀에 대한 고민이 없진 앉지만 소수의 몫이다. 한마디로 여권은 현재 별 전략도, 고민도, 중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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