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잇단 '급발진' 논란 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9.23 14:50

수입차업체 "과학적 근거 부족"...전문가 "제조사가 입증책임 져야"

↑ 네티즌이 울산에서 급발진 피해를 입었다며 올린 벤츠 차량 사진

안전성이 강조돼 온 고급 수입차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완벽함'을 자존심으로 내세우는 벤츠 차량의 사고도 운전자가 급발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저녁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옆 도로에서는 정차했던 벤츠의 최고급 모델 S600이 갑자기 골목을 질주하며 차량 4대를 들이받았다. 운전자는 경찰 진술에서 "RPM이 갑자기 올라가고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7월 말에는 서울 상일동 한 빌라 골목에서 벤츠 E220 디젤 모델이 굉음과 함께 발진해 빌라 벽에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당시 운전자 조모씨(71)는 "주차장에서 천천히 나오는데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가 로켓처럼 날아갔다"며 "에어백조차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올 2월에는 울산에서 정차 중인 벤츠 차량이 역시 골목에서 돌진해 담벼락에 부딪혔다며 한 네티즌이 사진과 함께 인터넷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 사연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차량 소유자의 가족이라는 이 네티즌은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음은 물론 벤츠를 구입한 딜러 업체에서는 '문제없다'는 입장만 보였다"고 하소연했다.

↑ 18일 저녁 '급발진 의심' 사고로 앞부분이 크게 부서진 벤츠 S600 차량 ⓒ박종진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은 "올해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 접수가 18일 저녁 사고를 포함 2건 있었지만 차량 조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다른 수입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차량결함 가능성을 인정해 무죄판결을 받은 대리운전기사 박모씨(51)의 경우 2005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Ⅱ를 몰다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이 차량은 일방통행 도로를 160m 가량 역주행하면서 10중 추돌을 일으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랜드로버코리아는 "오너가 아닌 대리운전자라서 차량에 익숙하지 않아 부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렉서스도 지난 6월과 지난해 11월에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있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한 관계자는 "'급발진'을 둘러싼 논란은 있지만 기술적으로 인정되는 사항은 아니다"며 "대다수의 경우 운전자의 오작동이나 실수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렉서스코리아의 관계자도 "현장 조사를 해 보면 가령 타이어 스키드 마크(차량이 급하게 제동할 때 노면에 생기는 자국)가 없다든지, (급제동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이은 '의심' 사고에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18일 벤츠 사고가 알려지자 인터넷 자동차 관련 게시판에는 "충격이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네티즌 '필드린'은 "다른 차도 아니고 벤츠가? 그것도 S600이?"라며 놀랐다. '이쿵'도 "오토차를 몰면 편하긴 하지만 이런 기사 하나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한다"고 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차체 결함을 밝히기가 거의 불가능한 만큼 경찰과 도로교통공단 등 관계기관이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리면 제조회사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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