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외환銀, 매각안했으면 부도"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 2008.09.01 16:25

(상보)'외환銀 헐값매각'사건 증인 출석…당시 경제인식 놓고 검찰과 대립도

'외환은행 헐값매각'사건 관련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당시 외환은행은 잠재 부실채권이 많아 상당한 규모의 외부자본유입이 없으면 궁극적으로 적기시정조치를 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3명에 대한 심리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부총리는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클린뱅크(Clean Bank)화한 다른 은행과 달리 외환은행은 자체증자를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했다"며 "그 때문에 계속 잠재적 부실요인을 안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외환은행의 현황자료를 제시하며 "최악의 경우 증자가 무산되고 하이닉스가 부도나더라도 국제결제은행(BIS)비율 8%는 넘을 수 있었다"고 추궁하자 김 전 부총리는 "외환은행 자체문서인데 상당히 낙관적으로 본 자료"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어 "왜 조흥은행은 공개경쟁방식으로 매각하고 외환은행만 수의계약으로 매각방식을 결정했나"는 질문에 김 전 부총리는 "외환은행을 공개입찰할 경우 시중 5위권 은행의 부실을 시장에 알려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외환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증자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받았고 정부 입장에서는 그 과정을 모니터링해 시장안정을 도모하고 정부 지분 환수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외환은행을 국내 은행과 합병하는 것은 왜 고려하지 않았나"는 질문에는 "합병은 정부와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간 주주 이익 등의 문제인데 양쪽 은행의 의사가 합치된 게 아니라면 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김 전 부총리는 또 외환은행 매각이 이뤄졌던 2003년 부실카드채권과 하이닉스 부도설 등 경제적 위기상황이 계속되던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외환은행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다.


김 전 부총리는 "2003년부터 LG카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위기의식을 가지고 시장을 지켜봤다"며 "당시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 적절한 조치로 막는 것을 재경부의 최우선 대책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당시 카드채의 유동수익률이 낮아지고 거래량이 늘고 채권가격이 높아졌다는 금감원의 자료를 제시하며 압박했지만, 그는 "그해 4~5월 정부가 개입해 기업어음(CP)의 만기를 연장하며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당시 은행 보험사 투신사 등에게 카드채권 회수를 못하게 막는 등 반시장적 대책이었다"며 "결국 국책은행이 들어와 LG카드를 인수하게 했어야 할 만큼 연중 시장의 취약·위기 요인이 잠복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위기상황이 없는 자본주의가 있나. 그러면 재경부가 왜 있나. 외환은행 매각을 옹호하기 위한 발언 아닌가"라고 추궁하다 재판부가 "증인에게 그런 발언을 하지말라"며 제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에 대해 "그것은 검사님 의견이고 나는 의견이 다르다. 검사님 의견에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변 전 국장은 2003년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6.16%로 낮춰잡아 최대 8253억원의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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