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의 론스타, 최중경의 환율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7.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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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양호의 론스타, 최중경의 환율


2006년 여름.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보고펀드 대표)이 검찰에 기소됐다는 소식에 과천 관가가 술렁였다.

2001∼2004년 금정국장 시절 외환은행이 론스타로 팔리는 과정에 불법 개입하고 현대차그룹의 채무탕감과 관련해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였다. 이 중 현대차그룹 로비 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초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변 대표는 이미 '부패관료'라는 여론의 조리돌림을 받은 뒤였다.

외환은행 매각 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변 대표는 지금도 "당시 외환은행 매각은 금융권 부실을 막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변함이 없다.



재판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변 대표 사건은 공무원들에게 "소신대로 열심히 일 해봐야 나만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2008년 여름. 또 한명의 관료가 소신대로 정책을 편 대가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맞고 물러났다.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다. 고환율을 부추겨 물가급등을 초래했다는 게 경질의 이유였다.



"물가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멀리 내다보고 환율을 정상화해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는 게 최 전차관의 소신이었다. 물러나는 순간까지도 그는 이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최 전차관이 일부러 환율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지만 '입'으로 상승을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수입물가 부담이 크게 불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월 28억 달러에 달했던 경상수지 적자가 유가급등에도 불구하고 5월에는 오히려 4억 달러로 줄어든 것 역시 환율 상승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물가폭등 책임론'이라는 여론 앞에 힘을 잃었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진다면 3∼5년 뒤에는 경제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안으로는 투자가 줄어 일자리가 사라지고 밖으로는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돈 빌려오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물가안정'이 국시가 된 지금 현직 공무원 가운데 누구도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그러다간 또 하나의 변 대표, 최 전차관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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