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패니·프레디구제, 호재만은 아냐?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07.14 16:02
지난 주말 뉴욕 증시는 장중, 2년만에 처음으로 1만1000선을 하회했다. 증시는 4주 동안이나 줄곧 주간 하락세로 마감했다. 위기가 곧 끝나리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던 올 초 보다 상황은 더 암울하다.

최근 시장을 패닉으로 몰고갔던 패니매와 프레디맥 자금 확충 차질 우려는 미국 정부의 전격적인 개입으로 일단 봉합됐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두 기관에 재할인 창구를 개방해 직접 대출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두 기관의 주식을 매입,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각각 22억5000만달러 한도인 두 기관에 대한 크레디트라인 한도도 한시적으로 늘어난다.

미국 정부의 시장 개입은 아시아 증시가 개장하기 전인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발표돼 아시아 증시 급락은 일단 막았다.

하지만 학습효과 때문일까. 아시아 증시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공포 일단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약세로 돌아서 마감했다.

미래에 대한 낙관이 반복적으로 빛을 바래고 있는 데다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돼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다 써버렸지만 리먼브러더스와 지방 은행 등 아직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월요일 시장이 크게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미국 주택 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는한 대증요법이나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근본적인 한계론도 과감한 낙관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의 관련 조치에 대해 "베어스턴스 때보다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 보증에 나섰다는 점이 그만큼 이번 사안이 더 무겁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WSJ는 또 "두 모기지보증업체의 사업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정부의 구제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베어스턴스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미국 주택시장의 주요 공급자다. 두 회사는 미국 주택 모기지시장 규모의 절반에 가까운 5조달러의 모기지를 직접 보유하거나 보증해주고 있다.

이 두 회사의 주식과 채권은 중앙은행과 연기금펀드, 헤지펀드 등 전세계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 채권자들의 발목을 붙잡은 이유다.


켄싱턴 투자그룹의 이안 골트라 애널리스트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자들은 발을 빼지 않고 있는 반면 주주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베어스턴스에 이어 정부보증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붕괴를 막았지만 이는 역으로 추가적인 금융기관 구제책이 나오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두 정부 기관을 구제한 것은 신용 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것이고 새 국면은 더욱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현재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리먼브러더스와 모기지 증권을 대거 매입한 지방 은행들이다. 리먼은 월가 은행 중에서 덩치가 작은 반면 모기지 증권 투자 비율이 높아 매각설까지 나돌고 있고 워싱턴뮤추얼과 내셔널시티 같은 지방은행들도 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구제책 발표 뒤에는 정부의 다른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다른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기 힘들고 자력으로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TCW그룹의 제프리 군들라흐는 "신용 위기가 분명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가 마지막 남은 구제 카드를 써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도 이날 미국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 증가로 18개월 내로 상당수의 미국 은행이 문을 닫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7500개에 이르는 미국 내 중·소형 은행 중 150여개의 은행이 향후 18개월 안에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살아남은 은행들도 지점 수를 줄이거나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헌편 이번 긴급구제 조치 효과는 프레디맥 이날 실시할 30억달러 규모의 3개월과 6개월 만기 채권을 경매 상황으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 프레디맥이 미 재무부의 긴급지원대책 발표로 채권인수 대상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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