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화장하라"던 MB의 참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5.22 17:44

[말랑한 경제-카스테라]

1968년 3월, 태국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돌아온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대리는 즉시 경부고속도로 중기사업소 관리과장으로 발령받았다.

중장비 분야의 백전노장들이 즐비한 이 곳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화투판이 벌어졌다. 이명박 과장은 현장의 기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직원의 출근시간을 7시에서 6시로 앞당겼다. 그리곤 매일 30분씩 맨손 체조와 구보를 하게 했다.

남성 일꾼들은 "더러운 세상 만나 젊은 놈 밑에서 고생한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잘 따랐다. 그러나 여직원들은 달랐다. 여직원들이 이명박 과장을 찾아왔다. "남자들이야 세수만 하고 나오면 되지만 저희는 화장을 하는 데만 최소 30분이 걸립니다. 출근시간을 30분 늦춰주세요"

이명박 과장의 대답은 이랬다. "밤에 화장을 해두고 자면 되잖소" 여직원들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돌아갔다.

평생동안 이명박 대통령에게 '리더십'은 곧 '개혁'이었다. 리더십의 대상은 곧 개혁의 대상이었고, 일부의 반발은 곧 개혁에 대한 불만일 뿐이었다. 이 대통령은 줄곧 그렇게 '성취'를 이뤄냈다. 현대건설이 그랬고 청계천이 그랬다.

이 대통령의 측근은 "지금까지 이 대통령이 한번 마음먹은 일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이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뚝심'으로 비쳐졌고 "뭔가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이 덕에 그는 대통령이 됐다.


그런 이 대통령이 22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사실상의 '참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따른 광우병 파동이 결정타였다.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추진 방침을 굽히지 않았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한발 물러섰다.

지난 13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4대강 정비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강을 연결하는 문제는 추후 논의하자고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그런 방안도 있겠네.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이어 21일 이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강을) 잇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불안해하니 뒤로 미루고···"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귀를 활짝 열기 시작한 것일까? 전술적 후퇴가 아닌 진심으로 달라진 모습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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