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자아비판' 국면전환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5.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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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사과수위 고심끝 정면돌파 선택
- 과오 인정하지만 인적쇄신은 없어
- '쇠고기'에서 '한미FTA'로 국면전환 시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22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서다.
"송구스럽다", "가슴 아프다", "모두 제 탓이다" 등 사과 수위도 예상보다 높았다. "나를 따르라!"를 외치며 돌진하는 인상을 줘왔던 평소 모습과는 달랐다.



대한민국호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자부심으로 뭉쳐있던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성난 민심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걷잡을수 없는 상황이 올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 등과 관련, 거세지고 있는 인적쇄신 요구는 거부했다. 국정 잘못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면서까지 인책론을 배격했다. 그러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과의 추가협의를 계기로 지긋지긋한 쇠고기 문제에서 FTA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야당의 거센 반격 등을 고려할때 대통령 의지대로 흘러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靑 사과수위 고심끝 정면돌파 선택 = 이 대통령이 침통한 표정으로 읽어내려간 대국민 담화문에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표현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첫 머리에 "많은 국민들께서 새 정부에 대해 걱정하고 계십니다"고 털어놓은 이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던 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고 참담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대통령의 유감표명 수위가 당초 예상보다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지율이 20% 초반까지 떨어질 정도로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 위해 새 정부 출범 이후 빚어진 국정혼란에 대한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 고개를 숙일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사과, 유감표명 등 표현의 수위를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며 "'송구스럽다'는 표현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감스럽다'고만 표현하고 넘어가기 보다는 '송구스럽다'고 말해 진심으로, 겸허하게 소통부재 등 문제점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오 인정하지만 인적쇄신은 없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뚜렷한 국정쇄신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장관,수석 교체 등 인적쇄신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는 대통령 발언이 주목된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반성의 발언이기도 하지만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을테니 다른 인사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정운영 전반의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이 (남 탓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겸허하게 인정한 것"이라며 "일각에서 요구하는 인적쇄신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 정부 공식 출범후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일할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며 "시간이 좀더 흘러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시기가 오면 모르지만 현 시점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새로 산 컴퓨터가 고장났다고 통째로 바꿀수는 없지 않냐, 현재로서는 하드웨어 보다 소프트웨어를 바꿔 사용하는게 낫다"고 주장했다.

◇"여야 떠나 FTA 비준 결단 내려야"= 이 대통령은 담화문의 전반부를 쇠고기 문제에 할애한뒤 후반부는 한미 FTA로 채웠다.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국가적 과제"라고 한미 FTA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17대 국회 회기내 비준을 거듭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17대 국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주신다면, 우리 정치사에 큰 공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전면 재협상 없이는 FTA 비준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통합민주당에 대한 압박으로 읽힌다. 이와관련, 청와대 안팎에서는 6.4 재보선 등 18대 국회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당의 쇠고기 문제 장기화 의도에 쐐기를 박고 정국을 FTA로 돌리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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