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삼성 누가 지키나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4.18 08:00

6개월 경영공백…재계 "글로벌 기업으로 바로 서도록 힘모아야"

유례 없는 민간기업에 대한 특검, 그것도 99일간에 걸친 장기간의 저인망 수사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경제계는 뿌리깊은 반기업정서가 어렵사리 세계시장에 발돋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검 후폭풍에 시달릴 한국 대표기업 삼성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민적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삼성 스스로가 재도약 하기 위한 의지를 다지는 것과 함께 이를 응원하고 도우는 국민의 목소리가 합쳐져야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법무팀장)가 지난해 10월 29일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시점으로 치면 6개월(172일)간의 경영 공백이 생겼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전세계 경쟁자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할 6개월간의 시간을 '특검 수사'에 허비하면서 글로벌 기업 삼성은 엄청난 전력 손실과 함께 향후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59개 계열사를 포함해 전체 25만명의 종업원과, 연간 매출 160조원, 순이익 12조원, 연간 투자 20조원을 하는 명실공히 한국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다. 'KOREA'는 몰라도 'SAMSUNG'은 아는 외국인들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는 높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세계 제조업체 중 이익률 넘버3에 들어가는 자랑꺼리이기도 하다. 이런 삼성이 특검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해외 경쟁기업 및 언론들은 반가워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폰, TV 등 삼성에게 빼앗긴 선도적 지위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미국과 일본, 유럽의 경쟁사들은 삼성의 위기를 즐기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들은 삼성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기회를 이용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샤프나 소니 등 일본기업들은 협력을 통해 '타도 삼성'을 외치고 있다. 국내 여론이 삼성에 뭇매를 때리고 있을 때 주요 경쟁자들은 이 기회에 승기를 잡자는 태세다.

소니가 샤프와의 LCD 10세대 투자에 손을 잡고, 그동안 삼성과 잡았던 손을 놓을 태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빼앗긴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소니와 샤프의 협력을 물밑에서 조율했다는 얘기다.

일본 소비자들도 '카메야마산(産)(샤프 LCD 생산지)'이라는 LCD 패널 표기를 보고 TV를 사 줄 정도로 자국 제품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런 자국 기업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소니는 그동안 삼성으로부터 받던 패널의 원산지를 한국의 탕정이라고 하지 않고 '소니산'이라고만 표기해서 팔 정도다.

유럽 강소국인 스웨덴이 발렌베리 가문에 가지는 애정은 대단하다. 에릭슨과 스카니아, 일렉트로룩스 등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한 발렌베리의 경우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협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국민들은 발렌베리 가문이 스웨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기여에 대해 존중과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에릭슨의 휴대폰과 일렉트로룩스의 제품을 사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 자국 기업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D램 가격담함 문제의 경우도 미국 정부가 자국의 D램 업체인 '마이크론 일병 구하기'의 성격이 짙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000년대초반 미국 마이크론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미 법무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인피니언 등에 대한 가격 담합 수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표면적인 이유는 델이나 HP 등 PC 제조업체들이 고가의 D램에 대해 담합혐의가 있다고 고소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속내는 마이크론 살리기의 일환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마이크론은 미 법무부에 프리바겐을 신청하고 '이실직고'한 후 처벌을 면했지만 국내 기업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수억달러의 벌금과 해당 임원들이 미국의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하기도 했다. 미국의 국민들도 포드나 GM 등 자국산 자동차나 아이팟 등 자국 제품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대하고 있다.

각국이 자국 기업을 돕기 위해 정부와 국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은 유독 반기업 정서로 인해 기업의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유주의 지식인 모임인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는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잘못을 말하기 전에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업들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한국의 경우 큰 기업에 대한 반기업 정서가 그 어느나라보다 심하다"며 "국민적 인식이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때 기업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의 벤츠나 BMW 등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은 대단하다"며 "국민들이 기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그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친기업적 국민정서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종업원 25만명, 연간 160조원의 매출로 국가 경제에 기여해온 기업을 국가 전체가 죄인 취급하는 것은 한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잘잘못을 떠나 삼성이라는 한국 대표 기업이 글로벌 삼성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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