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다시 한번 '선거의 여인'

대구=이새누리 기자 | 2008.04.09 21:32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웃었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에서 90~92%를 얻은 박 전 대표는 9일 저녁 8시 반쯤 대구 달성군 선거사무소를 방문, 당직자가 걸어준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다. 공천파동 이후 처음이다.

3주가 넘게 자신의 지역구에 머물렀던 박 전 대표는 조용했지만 강했다. 압도적인 득표율은 그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한나라당으로선 '선거여왕'의 두문불출로 타격을 입은 부분도 없잖지만 박 전 대표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자신의 지역구 기반을 단단히 다지게 됐다.

그는 지역구에 머무는 동안 매일매일 아파트단지나 노인정 등 구석구석을 다니며 지역구민들과 접촉했다. 박 전 대표가 가는 곳마다 주민들은 모여들었다. 이런 호응이라면 4년 후 총선도 거뜬하다.

이번에 그가 얻은 건 또 있다. 이번 총선의 변수로 떠올랐던 친박연대와 영남권의 무소속연대가 출구조사에서 예상 외로 선전하는 걸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로선 앞으로 가시밭길을 헤쳐갈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부산남구) 의원과 유기준(부산서구) 의원, 홍사덕 친박연대 선대위원장(대구서구) 등 친박 간판격들이 경쟁자들을 큰차로 따돌리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의석수가 과반에 딱 떨어지거나 조금 웃돌 경우 이들의 몸값은 더 뛸 전망이다.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가 늘 주장했던대로 "한나라당이 무릎 꿇고 호소할 날"이 올 수도 있는 것.

김무성 의원도 이날 출구조사 후 "아무 조건 없이 복당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친박연대와 무소속연대의 향후 파괴력이 주목된다.

선거가 끝난 만큼 박 전 대표는 이들을 '마음 놓고' 축하했다. 그는 친박연대 후보들에게 "고생이 많았다"면서 "아직 선거 결과가 안 나왔지만 당선되신 분들께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연대와 무소속연대를 향한 박 전 대표의 '무언의 지원'이 부메랑이 돼 날아올 공산도 있다. 당내에서는 "기대만큼 의석수가 나오지 못한다면 박 전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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