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제네시스증권으로 할일이지"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 2008.03.31 13:17
 
"현대차IB증권이라는 기름냄새나는 이름보다 이번에 출시한 프리미엄 세단 이름을 따서 `제네시스증권'이라고 할 일이지….

 현대차그룹이 신흥증권을 인수한뒤 현대증권과의 이름을 둘러싼 갈등때문에 'HYUNDAI IB증권'으로 이름 붙였다가 겨우 개명한다는 것이 '현대차IB증권'이라고 해서 생각해봤다. 여기서 현대차그룹의 약점인 브랜드만들기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현대차IB증권이라는 이름은 그룹수요와 브랜드에 기대는 듯한 '원 오브 뎀(one of them)'재벌 계열증권사로 느껴진다. 제네시스(genesis)는 발생ㆍ기원의 뜻을 담고 있다. 영어 첫글자를 대문자로 쓰면 성서 '창세기'다. 또 진(gene)은 생물학적인 유전자를 말한다. 젠더(gender)는 성(性)이고 제너레이터(generator)는 발전기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 등에서 접미사로 쓰인다. 그만큼 창조 혹은 태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새롭게 인수한 회사를 새롭게 키워볼 생각이라면 마침 출시한 고급세단이름을 따는게 어울렸을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고 현대증권과 이름마찰도 피하며 새롭고 고급스런 일을 하는 증권사라는 이미지도 주는 1석3조가 됐을 것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에 힘을 주고 있으니 같은 이름의 증권사도 자연스레 현대차그룹이 힘을 준다는 무언의 힘이 과시되는 면도 있다. 앰코, 글로비스 등 현대차 계열사중에서도 현대 이름을 쓰지않는 곳도 있는데 증권사에는 고집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아쉬움은 더 있다. 제네시스 세단 자체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를 탄다면 무슨 선그라스를 써야할까"
"또 무슨 시계를 차는 게 어울리며 무슨 넥타이를 매야할까"

"옷은 검정색이 좋은가 아니면 청바지가 어울리는가"
"한국에서 제네시스가 가장 어울리는 곳은 어디인가"

 자동차 잡지를 보면 꼭 차광고와 함계 시계광고가 나온다. 둘은 같이 간다. 제네시스를 아직 구매하진 못했지만 여러보도를 보면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차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나 2%부족하다. 가격대비 성능이라는 하드웨어만 강조되고 제네시스 라이프와 같은 토털개념의 소프트웨어는 잘 안보인다. 그래서 벤츠나 BMW, 아우디 등을 제치고 누가 왜 그 차를 사야하는지 확실한 개념을 못준다는 생각이다.

 미국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은 할리데이비슨 헬멧과 옷을 입으며 베지 등 액세사리 모으는데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상품브랜드를 몸에 문신까지 하고 다니는 커뮤니티가 강력하게 뒷받침돼 있으니 미국 제조업몰락속에서도 건재하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뭔가 소유해야 할 것 같은 성능 외적 감성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제네시스라는 이름이 가진 발생학적인 DNA를 본다면 창조의 코드에 맞는 이 사회의 리더가 타야할 차로서 홍보ㆍ마케팅이 돼야 맞을 것이다. 열정으로 미래를 일궈가는 벤처사업가, 디자이너, CEO를 꿈꾸는 샐러리맨...등등.

 도전하는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이 뭘까. 바로 성공 운(luck)이다. 제네시스가 성공을 안겨주는 `억세게 운좋은 차' '사업에 행운을 주는 차'정도로 될 수 있다면 딴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제네시스에겐 "더 큰 성공을 원하십니까. 제네시스가 태워 드리겠습니다". 이말이 더 필요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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