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의 몰락은 첨단으로 치닫는 금융자본주의의 허와 실을 잘 보여준다. 80년대에 시작된 증권화(securitization)가 활짝 꽃피운 정점에서 발생한 위기며 MBS로 대표되는 파생금융상품의 `비이성적 과열' 속에서 위험관리가 실종돼버린 결과다. 첨단 엔진으로의 쏠림에 가속을 붙였으니 번성도 화끈했고 파멸도 과격하다.
장외파생상품 시장에서 베어스턴스가 얽히고 설킨 스와프 거래가 무려 10조달러라고 한다. 세계에서 최대라는 미국의 경제규모가 14조달러나 되는데 단 하나의 투자은행이 얽힌 거래가 경제의 71%다. 그러니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등 다른 투자은행이 만든 거래까지 넣으면 몇배로 불어날지 모른다. 그것이 터지는 것을 그냥 방치한다는 건 핵폭탄이 미국을 초토화시키는 걸 놔두는 것과 같다.
거래가 물고 물린 구조 속에서는 위기대응에서 전통적인 해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과거 환란처럼 외채나 은행대출이 문제가 될 경우 IMF나 정부와 같은 빅브러더가 채권자들을 모아놓고 워크아웃을 해주면 급한 불은 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이런 것으로 불길을 잡을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가 예전에 보지 못한 희한한 유동성 수단을 고안해 개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번 위기로 세계는 또한번 금융이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 절감하고 금융을 안전하게 만든다며 법석을 떨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 위기를 만났다고 첨단을 파괴해 옛날의 어설픈 금융으로 되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핵심은 쏠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겠지만 얼마나 성공적일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좋아보이고 손만 대면 돈이 벌리는 시기에 무엇인가를 하지 못하도록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늘 그랬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대란을 통해 위험관리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쏠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