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작은정부보다 올바른 정부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2008.02.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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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칼럼]작은정부보다 올바른 정부


복지부동ㆍ철밥통ㆍ규정타령ㆍ예산타령ㆍ신이 내린 직장….

 국민과 언론에 비친 정부조직ㆍ공무원의 이미지다. 뿌리깊은 부정적 인식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칼날이 스쳐왔다. 그러나 성공은 없었다.

 접근부터가 잘못됐다. 민간과 같을 수 없는 정신(스피릿)과 역할을 가진 곳에 민간원리를 억지로 적용하려 한 탓이다. 정부개혁에서 왜 규모와 효율성을 앞세워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정부조직이 지금보다 더 작아진다고 자동으로 규제가 줄어들고 규제의 정신이 바뀌라는 법 있는가.



 민간기업에서나 하는 과격한 구조조정인 6시그마를 들이댄다면 좋은 정부가 된다고 할 수 있는가.

 참여정부는 무사안일과 비효율성을 없앤다고 정부기관 및 공기업에 대해 성과평가니 혁신평가니 주기적으로 해가며 몇푼 되지도 않는 성과급을 달리 지급하는 괴상망측한 일을 벌여왔다. 그래서 국민은 만족스러운가.



그나마 받은 예산이 눈앞에 몇푼 벌 수 있는 일에 우선 투입되면서 글로벌 기업과 국내 벤처를 연결하는 등 당장 돈은 안되지만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해 기업에 정말 필요한 것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얘기도 수두룩하게 들었다. 아파트 분양계약금을 지정계좌로 입금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환급을 거부당해 고충위에 호소한 경북 경산 여중생의 눈물은 무엇인가.

 정부조직은 효율성보다 국민이 필요한 일을 필요할 때 얼마나 `올바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공무원 조직은 공익을 다루는 곳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비효율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불탄 숭례문도 따지고 보면 관리를 해야 할 곳이 올바로 관리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규제와 관련해 올바로 한다는 것은 경제적 '실질'에 맞는 규제를 하는 일이라고 본다. 규정을 교조적이고 형식논리로만 적용해 국민과 기업이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규제정신이 바뀌지 않고서는 규제 축소를 외쳐봐야 사문화된 규제를 얼마 줄이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공무원은 물론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 법원의 법 적용까지도 이 정신을 따라줘야 한다.


 경제적 실질과 어긋나게 판단해 눈물을 흘리게 만든 규제행위 하나만 말하겠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합병할 당시 서울은행 이월결손금의 법인세 감면효과를 사실상 인정한 것을 뒤집고 법인과세를 뒤늦게 통보한 것이 그것이다. 전체 금액도 1조5000억원이 넘어 세금폭탄이다. 문제가 된 조항은 합병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지분을 동시에 보유한 것이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예보가 둘 다 지분을 보유했으니 특수관계인이다.

 그러나 경제적 실질로 보면 아니다. 예보가 사업적 목적을 갖고 전략적으로 보유하게 된 것이 아니라 환란 후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들어가다보니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은행은 파산 위기에서 예보가 인수했고, 하나은행 지분도 충청은행을 하나은행이 인수하면서 예보가 대가로 소유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특수상황을 생각지 않고 법을 교조적ㆍ형식적으로 적용한다면 또 위기가 와서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 어느 누가 나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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