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민영의보 '잰걸음'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3.19 09:43

새정부 민영의보 확대 기대감…시장 선점 효과 노려

미국은 민영의료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의료보험의 36.6%나 된다. 우리나라는 민영의보의 비중이 전체의 3.4%로 OECD 국가중 최하위권이다. 이는 보험체계의 차이 때문에 생긴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은 복수보험체계다. 공공보험과 민영의보 중 자신에게 적합한 보험을 선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라는 단일보험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질병의 진단, 치료, 재활과 관련된 필수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의 혜택만 가능하다. 현재 우리 민영의보는 병실료 차액, 식대, 임의 건강진단, 간병인 등 부가적인 의료서비스에만 적용된다.

이는 현 민영의보체계에서는 진료비에 포함되는 본인부담금에 대한 보험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인부담금은 전체 의료비의 3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이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하는 것은 의료서비스 남용을 부추겨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해왔다.

정액형의료보험만 판매할 수 있었던 생명보험사들이 2005년 하반기부터 실손형의료보험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됐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상품을 만들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인부담금에 대한 보험적용이 안될 경우 실손형상품 시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인수위시절부터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본인부담금 등 진료비 전액을 보상해주는 실손형의료보험 상품의 허용을 검토했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방향은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재부는 실손형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공ㆍ사보험 간 정보(환자의 진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까지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생보사들이 서둘러 실손형상품을 준비하는 것은 이같은 흐름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대형생보사 한 관계자는 “아직 정책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민영의보에 대한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며 “민영의보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보사의 정액형 상품은 전국민의 90%가 가입했다고 할 정도로 시장은 포화상태”라며 “생보사 입장에서 실손형보험은 새로운 영역인 만큼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한편, 환자가 진료받은 정확한 내역을 알 길이 없다는 점도 민간보험사들을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생명보험사가 실손보상보험 지급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큰 손실을 볼수도 있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의사와 환자가 짜고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부분은 제대로 신고하고 본인 부담금만 부풀려 신고하더라도 생명보험사는 이를 평가할 기준이 없다”며 “보험금 지급에 대한 심사를 할 여력이 없는 것도 실손보상보험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환자의 진료정보는 복지부 산하 기관인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독점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민영의보가 활성화될 경우 의료관련 정보를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의료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 보험금 지급에 대한 심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생보사들의 실손보험상품이 실제로 판매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아직 민영의보에 대한 정책방향이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영의보를 강화할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별화, 공보험 가입자들의 고품질 의료서비스에 대한 낮은 접근성 초래, 공보험 이탈자 양산 등의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영의보에 대한 정책이 결정되더라도 금융계와 감독당국이 의견을 조율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사회복지의 개념, 민영의보상품은 시장경제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상품에 대한 접근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규제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한 민영의보 문제는 국가건강복지 정책과 연계해 판단해야할 사안”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험상품 등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들도 상품 준비에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중복가입 방지 등을 위해 다른 생보사와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며 “다른 업체와 업무 협조등을 통해 문제해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이 실손보험 준비에 나서는 것은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정액보험은 여러 가지 보험에 중복가입 할 수 있지만 실손보험의 경우 사실상 한 개의 상품에만 가입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실손보험에 여러개 가입했다고하더라도 한개 보험사에서만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업은 시장선점효과가 큰 산업”이라며 “대형 생보사들의 시장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재환 수법에 연예인도 당해…임형주 "돈 빌려 달라해서 송금"
  2. 2 "어버이날, 용돈 얼마 받고 싶으세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은
  3. 3 "딩크로 살래" 부부관계 피하던 남편…이혼한 아내 충격받은 사연
  4. 4 하루만에 13% 급락 반전…상장 첫날 "183억 매수" 개미들 '눈물'
  5. 5 '코인 천재' 아내, 26억 벌었다…명퇴 남편 "내가 요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