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형 민영의보 규제 예견된 '실패'

김성희.여한구 기자 2008.01.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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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상품 판매 금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험업계는 '희소식'이라며 일제히 반색했다.

반면 실손형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주범으로 몰며 상품 폐지를 주도했던 보건복지부는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실손형 보험상품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 없이 실세 장관의 주도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예견된 '실패작'=사실 실손형 보험상품 규제 정책 'U턴'은 그 전부터 예견돼 왔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업계 및 관련 부처와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서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노 대통령의 재가까지 얻었지만 "민영의보 상품이 의료쇼핑을 부추겨 최대 1조7000억원까지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근거를 대라"는 보험업계를 설득할 명분이 부족했다.

정권의 '등살'에 못이겨 끌려가야 했던 재정경제부 등 타 부처도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민영보험 감독 업무를 복지부로 이관한다는 설도 파다했었다.


예상외로 저항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보험업법 개정 추진을 '스톱' 하고서 외부용역 결과를 지켜본뒤 결정하자고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외부용역이 진행되던 지난해 5월 유시민 전 장관이 국민연금법 개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로부터는 추진동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유 장관 시절 강한 의지를 보였던 복지부 조차도 건보재정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더이상 민영의료보험을 탓하지 않았다.

결국 실손형 보험상품 판매금지 정책은 숱한 갈등과 분란만 야기한채 저물어가는 참여정부와 함께 묻히게 됐다.

보험업계 "현명한 판단"=실손형 상품 판매가 금지될 경우 막대한 타격을 감수해야 하는 보험업계는 "당연한 결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제한은 처음부터 무리한 정책이었다"며 "외부용역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악화와 민영의료보험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새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참여정부가 민영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자 강력 반대해왔다.

특히 복지부 안대로 민영의료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이 제한될 경우 국민 의료비 지출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역공'을 펼쳐왔다.

민간의료보험에서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기존 민간보험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었던 6조4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본인부담금을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행 민영보험회사의 실손형보험은 보험가입금액 한도내에서 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구분하지 않고 환자가 부담하는 실제 치료비를 보장하고 있다.

또 건강보험 보장대상이 아닌 비급여 치료의 경우 고소득층이 대상이기 때문에 민영의료보험에서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민영의료보험은 고소득층을 위한 특화상품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는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을 보완할 수 있는 보험상품으로 우리나라도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화해서 민영의료보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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