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 확대" vs "국민건강권 포기"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3.11 16:37

정부와 시민단체 격돌 불가피

이명박 정부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시장 '파이 키우기'를 주요 정책목표로 정하면서 시민·노동단체와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민·노동단체는 의료 분야를 시장기능에 맡겨놓겠다는 새 정부의 구상은 국민 건강권을 후퇴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도로 의료정책의 시장기능 확대 방침을 밀어붙일 태세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경제 지상주의'를 모토로 내건 새 정부의 특성상 참여정부 때와는 달리 보건복지가족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경제부처의 '이중대'로 전락하지 않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정부 주도로 의료시장 키운다=재정부는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내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을 보고했다. 이 방안에는 경제부처와 병원과 의사단체 등 의료계가 주장해온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강보험의 급여 부분까지 보장해주는 실손형 상품 개발 지원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의 정보공유 △영리병원 도입 △외국인 환자에 대한 유인·알선 허용 등이 그것이다.

재정부는 이를 위해 관계부처 및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 또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정부 차관보를 반장으로 하는 별도의 실무협의회도 만들 예정이다.

재정부는 오는 10월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국회에 관련법안을 상정시킨다는 구체적인 일정표도 마련했다.

이런 방안은 정권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그린 의료시장 관련 밑그림이기도 하다. 다소간 무리가 따르더라도 보건의료 분야에도 '시장성'을 확실히 불어넣겠다는 것으로, 새 정부의 최대 화두인 경제살리기 대책의 일환이다.

◇시민단체 "국민건강권 포기 발상"=재정부의 대통령 보고안이 알려지자 시민·노동단체는 일제히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1일 논평을 내고 "공공성을 토대로 해야 할 의료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돈이 없는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맹비난 했다.


참여연대는 "의료법인 영리화는 환자들을 의료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것이며, 민영보험 활성화는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로 직결돼 서민들의 보험료 지출이 많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개인 질병정보의 공·사보험 공유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가가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업에 송두리째 넘기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민주노총도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입법저지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의료자본의 요구대로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환자의 건강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병원이 운영되면서 의료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어정쩡'=경제부처가 의료산업 육성에 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구체적인 입장표현을 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거듭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시장 활성화에 반대의견을 낼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지부 장·차관 라인이 보건의료 분야 경험이 전무한 인사로 채워진데다 정부내 파워에서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딸려 재정부가 의도하는대로 끌려다닐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대세다.

참여정부 때는 실손형 민영의료보험 확대, 질병정보 공유, 영리병원 허용 등의 대책이 논의됐지만 당시 실세 정치인였던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었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김성이 신임 장관이 소신을 갖고서 의료정책을 추진해야 되지만 장관 취임 과정에서 도덕성과 능력 양쪽에 금이 가 그만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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