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교육과정위’는 개혁의지의 ‘상징’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01.28 08:58

'이명박 교육' 쟁점해부 ③교육과정 자율화, 어떻게?

편집자주 | 10년만의 정권교체로 교육정책에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73년 채택된 이래 35년 동안 한국 교육의 핵심가치로 작용해 온 평준화 정책이 새 정부 들어 단계적으로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국 교육계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지만,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은 ‘BBK 공방’에 매몰돼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2월초 교육개혁구상 발표를 앞두고 각계 의견수렴에 들어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행보에 맞춰 ‘이명박 교육정책’의 쟁점들을 8차례에 걸쳐 분석해 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교육정보 공개, 어디까지? ②대학, 정말 본고사 안볼까? ③교육과정 자율화, 어떻게? ④학원 투명화 대책 나오나? ⑤교육부 기능개편, 어떻게? ⑥교원능력 향상, 어떻게? ⑦지역교육청 없애고 나면? ⑧사학법, 다시 손댈까? (편집자 주)

새 정부가 교육부 내에 금통위 같은 합의제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그 만큼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 정책 추진이 흐지부지됐던 과거 경험과 확실히 단절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는 것.

지금까지 전두환 정부부터 현재의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설치된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기구는 모두 6개나 된다. 전두환 정부의 ‘교육개혁심의회’를 시작으로 노태우 정부의 ‘교육정책자문회의’,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 김대중 정부의 ‘새교육공동체위원회’와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그리고 현재 노무현 정부의 ‘교육혁신위원회’까지 매 정권마다 대통령 직속의 기구가 생겨 교육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 기구가 오랜 논의를 거쳐 나름의 개혁안을 내놓아도 교과 이해관계 등 각종 저항에 부딪혀 막상 입법단계나 정책집행 단계에 들어서는 흐지부지되거나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국사, 과학과목의 선택과목 전환이 좋은 사례다.

일선 학교에서 수업시간이 줄어들면 교사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교사들은 교원단체 등을 통해 정부에 압박을 가하며 조직적으로 저항한다. 교사양성기관인 사범대학 교수들도 해당 학과의 정원은 물론 존속여부가 위태로워지는 만큼 ‘국가가 역사교육을 포기했다’느니, ‘과학을 홀대한다’는 식의 칼럼을 기고하며 정책 무력화를 적극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와 학습지를 찍어내는 출판사들 또한 주판알을 튕기며 이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각종 로비를 시도한다.

한 과목 건드리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는 일은 그야말로 이해관계가 난맥처럼 얽혀 치열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사정이 이러면 교육부 관계자들은 머리에 쥐가 날 법도 하지만 그 동안의 교육과정 개편 과정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교육부 몇몇 관료들이 개편 업무를 좌지우지하며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는 측면이 있었고, 교육과정심의회 또한 몇몇 관료와 교과 이해관계에 충실한 교수들로 구성돼 사회변화와 학부모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새 정부는 독립성을 가진 국가교육과정위원회에 정책결정 권한을 부여, 다양한 이해관계와 확실히 단절해 주요 교육정책을 과감하고 신속히 결정하겠다는 각오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를 위하고, 시대변화에 맞게 교육과정을 잘 쇄신하는 게 중요하다”며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고 그런 차원에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결정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이처럼 전례 없는 합의제 기구 설치를 추진하게 된 데에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 내용이 단순한 정책적 보완, 수정 정도가 아니라 혁명에 가깝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3단계 대입자율화 방안 △단위학교 자율성 확대 △교원 경쟁력 강화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 등은 모두 국가 교육과정의 대폭 손질과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이 필요한 거대 작업들이다.

인수위 다른 관계자는 “수능 응시과목의 축소, 공교육 영어수업의 강화 등이 추진되다 보면 결국 국가교육과정위원회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 정부의 자율화, 분권화, 다양화된 교육과정 개정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상설화를 통해 지금의 전면개정 시스템을 수시 수정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이 같은 아이디어는 여야는 물론이고 교육계 전반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해 왔기 때문에 설치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통위의 독립성 논란에서 보듯 위원회의 독립성, 객관성 담보를 놓고서는 진통이 예상된다.

한은 금통위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998년 한은 독립성 강화를 위해 금통위 의장을 재경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꿨지만 논란은 그래도 가라앉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민간단체에서 금통위원을 추천해 독립성이 여전히 한계를 지녔기 때문. 이에 2004년 한은 부총재의 금통위원 당연직 참여(증권업협회 추천 폐지)가 결정돼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이처럼 합의제 국가교육과정위원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 기준을 단순 적용시켜 보면 교육부 장?차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교육과정평가원, 대교협, 교원단체, 학부모?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에 교육계 각 구성원들이 모두 합의해 줄 지는 의문이다. 민주노동당 등 일각에서는 교육위원회를 노사정위원회처럼 사회협약단체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위원회 성격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위원회의 성격, 구성 등을 인수위가 결정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지금은 검토, 논의하는 단계에 불과하고 본격적인 것은 정부 출범 후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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