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를 공개하라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는 조전혁 인천대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등이다. 이들은 평준화 정책이 한국 교육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신념 아래 6년 넘게 거대 교육부와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까지 이들의 시도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 무모해 보였지만 10년만의 정권 교체로 이들은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이 되고 있다.
이들은 왜 교육정보 공개를 두고 법정싸움까지 벌였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정보 공개는 평준화의 틀을 깨는 핵심 도구이기 때문이다. 수능 원자료와 성취도 평가결과 등이 공개되면 전국 지역별 1등 고교와 꼴찌 고교가 드러나게 된다. 3불정책의 하나인 고교등급제 불가 원칙이 자연스레 허물어지는 것이다.
이 교수 등 평준화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다양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교육개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정확하고 실증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교육개혁 논의는 이념 논쟁에 그쳤고 그 사이 학교 폭력, 급식 문제, 내신 부풀리기 등 학교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교육당국이 정보를 독점하는 폐쇄적 시스템이 개선돼야 교육격차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교육정보 공개는 초ㆍ중등 부문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대 입학생들의 수능 성적, 출신 지역, 특목고 비율 등이 상세히 공개되면 이른바 '있는 집' 아이들의 서울대 진학률이 정말 높은지 실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 연구성과, 예ㆍ결산내역 등이 공개되면 경쟁력 없는 대학들의 경우 퇴출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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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보 공개 문제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대학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공개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정보 공개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강조하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도 정보공개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보 공개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학력평가 결과를 공개하면 고교 서열이 매겨지고 이렇게 되면 학교가 성적 지상주의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부족한 인성교육은 아예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성적 경쟁이 더 치열해져 사교육비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학교간, 지역간 격차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격차가 공개되는 순간 소외학교는 더 소외돼 교육이 완전히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개를 하더라도 다양한 지원을 통해 학교간 격차를 좁혀 똑같이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지금 상태에서 정보를 공개하면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부작용만 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