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아커야즈 인수'에 유럽 '합동 태클'

더벨 김민열 기자, 이윤정 기자 | 2008.01.17 07:30

"기술유출로 공멸" 합심… 이탈리아, 국영업체와 합병통한 지분 방어 제안

이 기사는 01월16일(13: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STX그룹이 아커야즈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유럽 최대 조선 그룹이자 세계 2위 크루즈선 제조업체인 아커야즈 지분을 사들이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던 STX그룹이 아커야즈 경영권 인수에 애를 먹고 있다.

아커야즈 노조의 반대는 물론 STX의 아커야즈 인수에 부정적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노골적인 연합 전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결합 승인을 결정할 유럽연합 집행위도 심층조사에 들어가는 등 수상한 기운이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설상가상 어닝쇼크로 아커야즈의 주가는 STX가 인수한 이후 반토막이 나버렸다. 이에 대해 STX측은 "일시적이면서도(주가) 겪어야 될 현상(유럽 국가들의 반감)"이라며 애써 담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대주주=경영권 인수'라는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사태를 낙관하기에는 풀어야 될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유럽국가 공동전선 구축해 STX 경영권 인수 저지

지난해 10월23일 STX는 노르웨이 장외 주식시장에서 아커야즈 지분 39.2%를 8억달러에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고 신고했다. 한국의 이름 모를(?) 후발 조선업체에 일격을 당한 아커야즈는 부랴부랴 합병을 방어하기 위해 JP 모건 등을 고용, 다른 유럽 회사와의 지분 제휴 가능성을 포함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고민에 가장 먼저 화답한 곳은 이탈리아였다. 현지 언론(노르웨이 경제일간지 Finansavisen, 스칸디나비아 조선 가제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재건공산당 의원인 마우리지오 지포니(Maurizio Zipponi)는 아커야즈에 이탈리아 국영기업인 핀칸티에리(Fincantieri)와의 합병을 제안했다.

지포니 의원은 "STX 지분인수를 막기 위해 '사업 및 기관 차원'의 합병을 위한 접촉이 있었다"며 "재무부와 함께 합병 가능성을 타진중이며 다른 국가들과 기관 차원의 연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기업이 합병할 경우 이탈리아가 합병그룹 지분의 과반수를 차지, STX가 취득한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 인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 합병대상으로 지목된 핀칸티에리는 크루즈선 건조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업체 가운데 하나로 현재 이탈리아 정부가 IPO를 계획중인 곳이다.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 시사르 드 이코리(Cesare De Piccoli)도 "아커야즈와의 합병안이 산업과 정치계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제안에 대해 노르웨이는 물론 프랑스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합병 이전부터 예고된 반발

유럽 국가들이 공동전선을 펼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한국 기업이 크루즈선에 대한 유럽 기술을 이전 받을 경우 유럽 조선산업 전체가 휩쓸려 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크루즈선 자체 건조의사를 보이는 STX의 경영권 인수를 무산시켜야만 새로운 경쟁자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아커야즈는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등 8개국, 18곳의 생산현장을 두고 있어 국가적 공감대도 쉽게 형성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반발은 이미 합병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이 때문에 STX는 아커야즈의 최대주주가 됐으면서도 '경영권 인수'라는 표현을 피한 채 재무적 투자자를 자처해왔다.

유럽 국가들의 노골적인 반대에 대해 STX는 경영권 인수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아카야즈와 다른 기업간 합병은 쉽게 이뤄지기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X측은 "아커야즈에 대한 지분투자를 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부분을 더 이상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며 "다만 아커야즈의 합병이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합병(M&A)의 신화로 불리는 강덕수 STX 회장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STX가 '최대주주인데 왜 경영을 못하겠느냐'는 한국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사이, 아커야즈는 STX가 모두를 위해 적합한 주주인지를 지금도 강도 높게 검증하고 있다.

아커야즈 주가 인수후 반토막

STX가 지분을 인수한 이후 아커야즈의 주가는 반토막이 나버렸다. 지분을 취득했던 지난해 10월23일 87.75크로네(1달러=5.33NOK)에 달하던 주가는 15일현재 47.2크로네까지 급락한 것.


지난해말 핀란드 페리선 인도작업이 연기돼 4분기중 4억 크로네의 손실을 보자, 에비타(EVITDA)는 9억 크로네에서 5억 크로네로 하향 조정됐다. 핀란드 손실은 올해 마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올해 아커야즈 그룹 에비타를 약 4%정도 수정할 상황에 이르렀다.

M&A의 키를 쥐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반독점 당국인 집행위원회(EC)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STX 기대와는 달리 EU집행위는 지난해말 기업결합 승인을 내리지 않고 반독점 관련 심층 조사(In-depth review)에 들어간 상태다.

EC는 STX의 아커야즈 지분취득과정과 독점 해당 여부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를 오는 5월15일께 내놓을 예정이다.

STX가 취득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4개월동안 유럽 국가들의 정서적 반발이 지속되고 있어 국가간 대연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실적악화와 유럽국가들의 연대움직임 등으로 아직 STX의 아커야즈 인수를 100% 장담하기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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