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이동전화도 돈을 낸다고?"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 2008.01.16 10:33

'누진제' '착발신 요금부과' 등 설익은 정책으로 시장혼란 가중

서민 생활비 절감 차원에서 추진되는 '통신비 인하' 방안을 놓고 설익은 정책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통신비 인하 방안은 '누진제'를 비롯해 '발신자와 수신자가 휴대폰 요금을 50%씩' 부담하는 방안들이다.

이같은 방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해 '과소비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당초 정통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1차 업무보고에서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가 될 수 있도록 사업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1월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인수위도 무리한 요금인하보다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인의 '과소비 방지책' 지침이 떨어지자,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당초 합의는 사라지고 '과소비 방지'쪽으로 방향이 급선회하면서, 설익은 정책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통신비 인하 아닌 인상 결과 초래"

이동전화 '누진제'는 전기사용량 누진제처럼 휴대폰 통화를 길게 하면 할수록 요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동전화 요금은 10초당 대략 18원의 요금을 부과한다. 10분을 사용하든 1시간을 사용하든 이 기준에 의해 과금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누진제'가 적용되면 10분을 사용하는 사람의 10초당 과금기준보다 1시간 사용하는 사람의 10초당 과금기준이 크게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또, 이동전화 발신자와 수신자가 각각 50%씩 요금을 내야 하는 '착발신 쌍방향 요금부과제'는 전화를 받는 사람도 이동전화 요금을 절반씩 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현재 미국에서 사용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선전화와 이동전화 모두 전화를 거는 사람이 요금을 100%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이동전화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누진제나 쌍방향 요금부과같은 제도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현실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당장 드러나는 문제는 소비자들의 저항이다.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는 4300만명. 전국민의 80% 가까이 이동전화를 이용중이다. 지금까지 전화를 거는 사람이 요금을 물도록 했다가 전화를 받는 사람까지 요금을 물도록 전환한다면, 이동전화 가입자의 '통신비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쌍방향 요금부과' 방식은 우선 가입자 스스로 통신량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업무상 걸려오는 전화를 수신거부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각종 스팸전화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없이 수신자까지 요금을 부과하게 된다면 '통신비 인하'는 커냥 '통신비 상승'으로 결과가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누진제'의 경우도 업무상 전화량이 많은 사용자 입장에선 전혀 달갑지 않은 방안이다. 특히 기업들은 법인 명의로 다량의 이동전화에 가입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진제를 적용하게 되면 기업의 통신비가 큰폭으로 상승해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이통3사는 자사 가입자간 통신비를 절반 혹은 무료로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망내할인'을 실시중이다. 자신의 통화패턴을 분석해서 합리적인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 요금상품'도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휴대폰 누진제는 휴대폰을 많이 쓰는 사람이 부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발상"이라며 "휴대폰에 의지해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외근자이거나 자영업자, 영업사원 등 사실상 서민들이 많다"고 누진제 방식에 대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장위축으로 관련산업 붕괴 우려

무엇보다 '누진제'나 '쌍방향 요금부과' 방식은 이동전화 시장은 물론 IT산업 전반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 심각성은 더하다.

'누진제'나 '쌍방향 요금부과' 방식으로 이동전화 요금제가 전환되면, 우선 가입자들은 휴대폰 사용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쌍방향 요금부과'처럼 가입자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금방식이기 때문에 이동전화 통화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이통사들의 매출 급감은 불보듯 뻔하고, 이는 결국 시설투자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동전화 시장에 의존해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모든 모바일 시장이 급속히 붕괴될 것이다. 모바일 콘텐츠를 비롯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을 위한 플랫폼 개발업체 등 한마디로 IT 가치사슬이 파괴되면서 IT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세계 최고의 이동전화 강국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누진제나 쌍방향 요금부과 방식은 이통사는 물론 휴대폰제조사, 콘텐츠 그리고 소비자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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