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기위한 탈당-창당은 사기"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 2007.11.30 11:46

김문수 경기도지사 "공공의 적 1호와 2호는 탈당하고 창당하는 사람"

“공공의 적 1호는 대선을 치르기 위해 새로운 당을 만드는 사람이고, 공고의 적 2호는 대선에 나가기 위해 당을 나가는 사람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여기는 대통령병(病) 걸린 사람들 때문에 한국의 정치 발전이 뒤쳐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전략연구원(NSI, 원장 양문수)’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탈당하고 당을 만드는 것은 사기행위”라며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탈당과 창당이 난무하는 정치 후진성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대통령병에 걸린 이런 사람들을 가려내고 응징할 수 있을 정도로 유권자들의 의식이 성숙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의 말대로 대선 때마다 탈당과 창당이 있었을까. ‘6-10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했던 1987년 대선 때부터 오는 12월19일에 치러지는 대선까지 5번의 대통령 선거를 되짚어보면 김 지사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을 앞두고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4자 필승론’에 따라 직선제 개선을 받아들이고 김대중 씨의 출마를 부추기는 이른바 ‘공작정치’를 했다는 루머가 당시 파다했다.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등 세 사람이 출마한 상태에서 직선제 개헌을 하면 정권을 뺏길 수 있지만 김대중 씨가 출마해서 4자 구도를 만들면 노태우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이 시나리오대로 정계은퇴 및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대중 씨가 평민당을 만들어 출마했고, 결과는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선에 필요한 득표율은 30%대 초중반으로 사상 가장 낮았다. 민주세력이었던 김영삼과 김대중의 표가 분산되면서 노태우 후보가 어부지를 얻었던 것이다.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정권 교체를 염원했던 수많은 국민과 유권자들은 깊은 패배감과 상실감에 시달려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만들었다. 87년 대선에 패배하고, 총선에서도 평민당에 밀려 3당으로 밀려나자 위기를 느끼고 민정당(노태우 대통령) 및 공화당(김종필 총재)과 합당한 뒤 당명을 바꾼 것이다. 김영삼 후보는 92년 대선에서 당선되기는 했지만, 민주세력과 군사정권 세력과 야합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회창 대선 후보는 1997년 한나라당을 만들었다. 외환위기의 책임이 있는 신한국당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판단이었겠지만 이 후보는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을 이끌고 2번 싸워 모두 졌다. 한번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또 한번은 노무현 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는 1997년 대선 때 경선에 불복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독자로 출마해 낙선했다. ‘정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이른바 ‘이인제 효과’를 만들어 냈다.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탈당했다. 지지율은 당시 후보로 선출됐던 노무현 후보보다 높았는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자신을 탈락시켰기 때문에 탈당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대선에서 당선된 뒤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후보는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채, 10년 전 스스로 대선에 나오기 위해 만들었던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다.

민주주의에서 탈당과 창당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과 유권자의 이름을 팔면서 탈당과 창당을 되풀이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을 팔지 말고 차라리 떳떳하게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정직하고 정치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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