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란 산업자본의 금융(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로 그동안 재계는 금산분리 완화 내지 폐지, 정부와 시민단체는 유지를 주장하는 등 찬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은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측의 주장에 타격을 입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는 최근 삼성이 자신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통해 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의 비자금이 들어있는 차명계좌는 삼성그룹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을 통해 만들어졌다.
재벌기업의 지배구조가 충분히 개선된 만큼 이제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도 된다는 게 폐지론자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와 직결된 이번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 같은 논리는 무색해진다.
반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은행이 사금고화될 것"이라는 금산분리 완화 반대 목소리는 힘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 교수는 "이제 누가 공개적으로 금산분리 폐지를 주장할 수 있겠냐"며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금산분리 논쟁은 종결된 것과 마찬가지"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금융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이었다. 대신 사후 감독을 철저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사건이 불거진 상황에서 앞으로도 종전처럼 강한 어조로 '금산분리 완화' 주장을 펼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금산분리 유지 입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외환위기 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은행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글자본주의'로 가자는 것"이라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에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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