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따먹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2007.09.11 12:49

[이미지 리더십]현실적인 비전과 규칙을 제시해야

"우수한 인재가 일을 해야 선진국으로 갑니다. 인원수가 아니라 혼의 문제입니다." 티맥스의 창업자 CTO인 박대언 소장의 말이다. 티맥스의 작년 매출은 650억원. 창업 10년 만에 IBM·BEA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과 경쟁해 국내 미들웨어 시장 점유율 1위를 이뤄냈다.

얼마 전 한 경제포럼에서 박소장은 소프트웨어 최강국인 미국에 도전장을 내겠다며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충분한 보상과 훌륭한 교육기관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똑똑한 인재가 조금만 더 일하면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데 몇 시간 더 못하겠습니까? 물론 충분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훌륭한 교육기관도 필요합니다. 이익을 여기에 재투자 할겁니다." 소박한 말투와 화려한 미사여구 한 자락 없었지만 그의 비전은 듣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최근 한 직장인포털 사이트에서 남녀 8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회사의 비전이 불투명(61.9%·복수응답)'할 때와 '자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때'(58.5%) 근로의욕이 최대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 만큼 비전은 중요하고 비전 전달자로서 CEO의 역할 또한 중차대하다.
 
이렇게 중요한 기업의 비전이 과연 잘 세워지고 적절히 표현되어 전달되고 있을까? 여전히 원대하고 큰 그림만이 정답이라는 듯 세계 최고, 역사 최초 만을 내세우는 거창한 '명분형' 비전이 있는가 하면 애매한 컨셉으로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
해석하는 이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편리형 비전도 있다.

비전은 말 그대로 그림이다. 미래에 되고자하는 모습이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지시하는 일종의 경영 나침반이다. 결코 환상이 아니기 때문에 원대하지만 가능성이 보여야 하고 현실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종 정치판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꿈 따먹는 이야기'는 최악의 비전이다.


"임기 내 대륙횡단 철도를 놓아 태극기 휘날리며 내달리겠다." 거나 인프라도 구축되어 있지 않은 지방도시를 한 두해 내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것 같은 류의 공약이다.

'꿈 따먹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으면 싶은, 믿고 싶은 환상을 그려내는, 막연하게 상대의 욕구나 갈망을 자극해 동요시키고 동조하게 만드는 선동일 뿐이다. 과거에는 이런 선동가들이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 인식되고 비전은 마땅히 그들의 말처럼 심장을 쾅쾅뛰게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보에 차별이 없는 요즈음 '꿈 따먹는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마치 가야할 곳의 근사한 사진만 보여주면서 가는 길이나 방법은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일단 길을 떠나자고 재촉하는 것에 쉽게 따라나서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비전은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원대한 비전이라도 바른 전달자를 만나지 못하면 자칫 '꿈 따먹는 이야기'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비전을 전달할 때는 반드시 이에 따르는 노력의 과정을 함께 밝혀야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는 충분한 실행을 거둘 수 없다. 비전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우선해야 될 것이며 어떤 길로 가야할지를 함께 제시해주어야 한다.

박현주 미래에셋회장이 쓴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는 미래에셋 펀드매니저라면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이 나온다. 주중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 것, 그리고 주식거래 시간에는 휴대폰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큰 돈을 굴리는 사람은 절대로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며, 자기매매 유혹을 떨치도록 휴대폰 사용을 금했다고 한다. 미래를 위해 오늘 현실에서 지켜야 할 구체적인 원칙이자 일하는 방법인 셈이다.
 
화려한 언변으로 장미빛 미래의 환상만을 제시하는 것은 결코 비전 전달이 아니다. 신념과 노력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공감을 끌어낼 때 진정한 비전 전달이 이루어진다. 막연한 꿈은 잠시간의 허기는 채울 수 있겠지만 결국 더 큰 실망과 불신을 가져오게 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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