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아무데서나 반말하지 마라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2007.04.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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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회의 이미지 리더십]리더에게는 치명적인 반말

함부로 아무데서나 반말하지 마라


"덕분에 버디 했네요. 땡큐." 골프 치기 좋은 계절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골프장 경기도우미(캐디)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고객은 버디 인사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물론 1,2만원 가량의 버디피까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겠지만 고객이 활짝 웃으며 건네는 '덕분'이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기뻐한다.
 
골프장에 가면 보이는 게 참 많다. 그 사람의 언행은 물론 평소 알기 어려운, 뜻밖의 상황에서의 반응 그리고 자잘하게 몸에 밴 사소한 습관까지 보인다. 특히 경기도우미를 대하는 언행을 보면 그 사람을 80% 이상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이 반말이다. "잘 부탁해." "우리, 전에도 라운딩한 적이 있었지?" 정도는 양반이다. "빨리 공 찾아와." "8번 줘"하는 명령조나 "(공을) 제대로 놓은 거 맞아?" 식의 원망형 말투는 그 사람을 다시 쳐다보게 만든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용하는 말은 짧아지고 단순해지기 마련이다. 설명하고 설득하기 보다는 듣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리더일수록 반말이 쉬워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말은 비즈니스 사회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통성명을 하기가 무섭게 나이를 기준으로 형님, 아우로 이분화하는 이가 있다. 이들은 대개가 대충 얼버무려가며 말을 놓고 본다. 스스럼 없이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형님, 아우 하다보면 말도 많아지고 술잔도 자주 오가게 된다. 사회적인 거리감에 대한 인식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반면 어지간히 친해지기 전까지는 쉽게 말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의 나이나 직급과 관계없이 경어를 쓰고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격의 없는 사이가 되기까지 시간을 요하지만 오랫동안 보아 온 만큼 믿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
 
반말을 쓸 것인지 존댓말을 쓸 것인지 상황에 따라 택한다는 이도 있다. 선비방에 가면 선비처럼 말하고 머슴방에 가면 머슴의 말을 쓰겠다는 지론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사회에서 리더에게 반말은 무엇보다 큰 경계의 대상이어야 한다.
 
우선, 반말을 쓰면 상대로부터 무시를 당할 우려가 있다. 말은 상대적이다. 마치 부메랑처럼 자신의 입에서 나간 말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골프장 경기도우미에게 반말을 하면 어느 순간부터 말끝이 흐려진 대답을 듣게 되고 조심성 없는 태도로 자신을 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누구든 자신을 대우하는 만큼 대해주기 마련임을 기억해야 한다.
 
또 반말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렵게 만든다. 상대와의 심리적인 거리가 좁아질수록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때로는 해서는 안될 말을 하기도 하고 과장되거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말을 하거나 얼떨결에 약속을 하기도 한다. 리더의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말수가 많아지고 내용이 불분명할수록 무책임한 사람이란 평가를 들을 확률이 커진다.
 
반말의 치명적인 영향은 그 사람의 격을 의심받게 한다는 점이다. 한국어를 들을 줄 아는 외국인 CEO한 분은 협력사 사장이 레스토랑에서 지배인에게 함부로 반말로 명령하듯 말하는 것을 보고 거래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타인을 존중 할 줄 모르는 무례한 사장은 직원도 아껴주지 않을 것이며 그런 공장에서는 결코 좋은 생산품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언어학자인 호프론(B.L.Whorf)은 "말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틀을 만든다"고 했다. 사람의 생각이 반영되어 몸 밖으로 튀어 나오는 것이 말이며 이 말에 따라 무의식이 행동으로 옮겨진다. 반말은 소탈함이나 격의 없음보다는 거칠고 무례하며 신중하지 않은 틀을 만든다. 리더는 자기수련을 위해서라도 반말을 경계하고 멀리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발휘해야 할 센스 한 가지! 왠지 경어를 계속 쓰기엔 부담스럽고, 반말을 하자니 편안하지 않은 상대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말끝에 살짝 '~요'를 붙여보자. "퍼터 갖다줘요. 고마워요." 서로를 부담없이 기분 좋게 만드는 글자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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