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들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인텔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찾아 팻 갤싱어 인텔 CEO와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 보고 있다. 2024.3.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챈들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분기에 기록한 16억 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고 해외 공장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기대감으로 다소 상승했지만 이를 통해 인텔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챈들러=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방문해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인텔에 최대 85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반도체법에 따라 110억 달러(약 14조8000억 원) 규모의 대출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4.03.21. /사진=민경찬
마케팅과 재무 출신 CEO들이 자리를 꿰찼던 회사에서 2009년 쫓겨났던 그는 12년 만에 금의환향해서는 기술혁신과 제조부활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제조부문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고,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혀 투자금을 모았다. 삼성전자나 TSMC가 가져간 파운드리 분야를 육성해 패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이었고, CEO로서 첫 분기에 전분기 대비 70억 달러가 많은 197억 달러의 매출을 보고하면서 일각의 비판을 일소했다.
인텔은 미국 내 애리조나와 오리건, 오하이오 등에 공장을 짓느라 정부 보조금 85억 달러를 미리 받았다. 하지만 성과는 저조하고 공장을 미처 다 짓지도 못한 상태다. 게다가 월가 사모펀드들의 돈으로 짓던 독일 파운드리와 프랑스 연구센터, 이탈리아 공장은 사실상 포기했다. 이들에게 진 빚을 갚으려면 파운드리 사업 자체의 매각이 답인데, 사줄 기업이나 투입비용대비 매각대금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부 독립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계획인데, 이를 주식시장에 독립적으로 다시 상장시켜서 새 자금을 끌어모아볼 심산이 읽힌다. 정보가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럴듯한 청사진을 보고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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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경쟁력 악화…그래픽카드 실패한 이가 CEO
[마운틴뷰(미 캘리포니아주)=AP/뉴시스]2009년 10월14일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베스트 바이'에 있는 컴퓨터에 AMD 로고가 표시돼 있다.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 역량 강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AMD가 49억 달러(약 6조5523억원) 상당의 현금과 주식 거래를 통해 서버 제조업체 ZT시스템을 인수한다고 19일 밝혔다. 2024.08.19. /사진=유세진
인텔의 CPU는 AMD에 밀리고,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칩은 삼성전자와 TSMC가 더 싸고 완벽하게 뽑아낸다. 오픈AI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등이 필요로 하는 AI칩은 엔비디아에 현저히 압도당하고 있다.
사실 현 CEO인 겔싱어가 2009년 인텔에서 쫓겨난 이유도 AI칩의 근원이 된 그래픽카드 사업을 실패한 때문이다. 인텔은 한술 더 떠서 오픈AI 설립 초기에 주주가 될 기회를 얻었지만 2019년 당시 밥 스완 CEO가 그를 재다가 거부하면서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됐다. 한 때 반도체 제국으로 불렸음에도 세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장 그럭저럭 팔려나가는 CPU에 안주하다가 신기술 혁명을 알아채지 못한 벌을 받은 셈이다.
제조업 부활시킨다는 현 정부…11월 대선 앞두고 '떡 하나 더'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피닉스 어워즈 만찬서 무대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2024.09.1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하지만 워싱턴 정치권의 관심은 당장은 11월 대선에 쏠려있다. 미중 통상분쟁을 맞아 인플레이션 방지법을 만들고 제조 공장의 유턴을 주도한 현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당장 인텔의 실패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인텔은 이번에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정부로부터 추가 보조금 30억 달러를 받았고, 아마존과의 AI칩 제조에 관해 협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 배경에는 현 정부의 울며 겨자먹기식 지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인텔도 대선 격전지로 꼽히는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등의 국내 공장건설은 계획보다 늦어질 지언정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관련주 유권자들의 민심이 11월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에 일단 세웠던 투자와 가동계획은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에 인텔이 이들 공장을 포함한 파운드리 사업부를 그대로 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매무새를 다듬어 매각하거나 상장 후 새로운 투자자를 영입하지 않는 한 독립적인 전제에서 회생 가능성은 낮을 거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