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개인채권 '3회 이상' 못 넘긴다… 법 시행 전 양도 급증 우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9.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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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추심' 야기하는 반복적 채권 매각 10월부터 금지
법 시행 전 양도 적용 안 돼… "채권 양도 급증할 수도"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그래픽=김지영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그래픽=김지영


다음달 17일부터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개인 금융채권의 3회 이상 매각·양도가 금지된다. 반복적인 채권 매각으로 인한 악질 추심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 시행 이전의 매각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다음 달까지 개인 금융채권의 양도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사의 자체 채무 조정 활성화와 채무자 추심 부담을 완화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이 다음 달 17일 시행된다. 특히 이 법은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채권 매각 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제10조와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채권금융사는 앞서 '세 번 이상' 양도된 개인 금융채권을 다시 양도할 수 없다. 그간 금융사는 관행적으로 채권을 반복해 매각해왔다. 연체된 금융채권은 대부업체들에 매각되는데 점진적으로 채무자는 더 강도 높은 추심에 노출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소규모·영세 대부업체에도 채권이 매각돼 채무자는 불법적인 추심을 당할 수도 있다.

채권 양도 횟수가 제한되면 채무자가 불법 추심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반복되는 채권 매각 과정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채무자가 혼란을 겪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전에 이뤄진 채권 양도는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서다. 앞서 3회 이상 양도가 된 채권이라도 다음 달 17일 법이 시행되면 다시 처음부터 양도 횟수를 세야 한다.

이를 두고 부작용 발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채권금융사가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전에 서둘러서 채권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세 차례 이상 양도된 채권은 더는 양도할 수 없으니 그 전에 빨리 매각하려 할 것이고, 이에 채무자가 불법 추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법이 시행되면 누적 횟수가 '0'으로 돼 버리니 다음 달 17일 전까지 대부업체들이 빠르게 채권을 계속 양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법의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중대한 공익상 사유로 소급 입법이 정당화될 수 있다"며 "이미 채권 양도가 진행된 경우라도 법 시행과 동시에 그 횟수를 포함해서 채무자 권리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게 법 취지에 맞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령 의견 수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대부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 소급 적용이 안 되도록 내용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펼쳤다.


금융당국은 입법 원리상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의 원칙은 소급 적용은 안 된다는 것이고, 과거에 이뤄졌던 행위까지 법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건 헌법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며 "법 시행 이후부터 양도 횟수가 몇 회인지 세는 게 맞다"고 말했다.

법 시행 직전에 채권 양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일종의 절판 마케팅처럼 법 시행에 앞서 비슷한 행위는 항상 나타났었다"면서 "금융당국이 강하게 개도·억제하거나, 향후 검사 과정에서 발견되면 문제를 제기할 순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의 이익을 고려해 시행령 내용을 수정했다는 주장에는 "사실무근"이라며 "원칙대로 하는 것으로 누구를 편드는 건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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