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남동생 잔혹 살해한 아빠…살아남은 딸 절규, 판사도 호통 [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4.09.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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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50대 강모씨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경남 진주시 상평동 한 주택. /사진=뉴시스50대 강모씨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경남 진주시 상평동 한 주택. /사진=뉴시스


2020년 9월17일.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딸에게 중상을 입힌 50대 강모씨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무영)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가족을 상대로 한 범행이 잔혹하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참작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발 범죄였다는 강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진정한 참회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잠이 들어 무방비 상태에 있던 가족을 끔찍하게 살해했고, 이 사건으로 살아남은 딸은 식도가 손상돼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범행이 계획적이고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재판부의 질타에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야산으로 도주한 강씨…나흘만 검거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사건은 그해 3월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씨는 이날 오전 6시쯤 진주 상평동의 한 주택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잠들어있던 자신의 아내(51)와 아들(14)을 살해하고, 딸(16)에게는 중상을 입혔다. 그는 이후 현장을 벗어나 고향인 함양군 자택에 휴대전화를 버리고 인근 야산으로 숨어들었다.

경찰은 헬기 1대와 드론 1대, 수색견 2마리, 경력 3000명을 동원해 함양군 일대 야산과 숙박업소, 찜질방 등을 수색했으며, 사건 이틀 만인 14일 오후 5시40분쯤 한 빈집 창고에 숨어있던 강씨를 붙잡았다.

야산에 은신해있던 강씨는 당시 굶주림 등으로 하산해 빈집에 숨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경찰조사에서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지만, 자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강씨는 2017년부터 아내와 별거해왔다. 아내는 강씨의 반복된 가정폭력에 이혼을 요구했지만, 강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의처증이 있던 강씨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 수시로 집에 찾아와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이 집에 못 들어오게 현관 비밀번호를 여러번 바꿨으며,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서 70여일간 머물기도 했지만 끝내 강씨의 손에 살해당했다.



살아남은 딸 "가장 강한 처벌 바라"
창원지법 진주지원 전경. /사진=뉴시스창원지법 진주지원 전경. /사진=뉴시스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는 '홧김에' 저지른 범행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강씨가 범행 전 차량에 미리 흉기를 준비해 온 점, 경찰에 음주·무면허 운전이 적발되면서 차량을 압수당하자 흉기를 당시 입고 있던 상의 안주머니에 숨긴 점, 급소만 노려 범행한 점 등을 계획범죄 증거로 보고 사형을 구형했다.

특히 강씨는 범행에 앞서 자신의 부동산과 예금을 전처 사이에서 낳은 자식에게 돌려 신변을 정리하는 듯한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범행 전날 장모에게 "가족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취지의 음성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은 공판에 직접 나와 강씨의 처벌을 탄원했다. 그는 식도가 손상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강한 처벌을 하길 바라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강씨는 1심에 이어 2021년 2월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발 범죄였다는 강씨 주장에 대해 "살인의 고의는 계획 여부를 떠나 타인이 사망할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면 고의로 인정할 수 있다"며 "범행 전 본인의 재산을 정리하고, 범행 도구 등을 사전에 준비한 점, 잠 들어 무방비 상태였던 피해자들을 상대로 손 쓸 수 없게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해 계획적 범행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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