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025 신인 드래프트'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렸다.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덕수고 정현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키움 고형욱 단장은 1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6월 초 송도 LNG 야구장(고교 주말리그 경기장)에 덕수고 경기를 보러 갔는데 비가 많이 와서 굉장히 흐렸다. 다들 대기를 하고 있었고 저쪽 복도에서 누가 걸어오는데 그때 (정)현우를 가까이서 처음 봤다. 날은 어두운데 현우 얼굴이 환하더라. 현우와 인연이 되려고 해서 그런지 그때가 떠올랐다"고 지명 뒷이야기를 전했다.
시속 156㎞ 우완 파이어볼러 정우주(18·전주고)와 동일선상에 두고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2024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스카우트 A를 전력분석원으로 참여해 정현우, 정우주를 비롯한 지명 대상자들을 면밀히 파악했다. 그 결과 인성과 워크에식은 물론이고 좌완임에도 정현우의 완성도와 안정감이 남다르다고 봤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스카우트 A는 "좌완이 필요한 (정)현우가 마운드 밖에서는 그저 밝은데 타자를 상대할 때는 상대가 누구든 공격적으로 자신 있게 들어갔다"고 떠올렸다.
고형욱 단장은 "한동안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선수의 뒤를 이을 좌완 투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정현우 선수가 우리 팀에 와서 그 명맥을 이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야 한국 야구도 살고 정현우 선수가 그 정도 해줄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구단에서 어떻게 케어해주느냐에 따라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충훈고 김서준(가운데)이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은 뒤 고형욱 단장(오른쪽)과 아버지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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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90㎝ 몸무게 86㎏의 김서준은 올해 여름 들어 시속 150㎞를 넘기면서 평가가 급상승했다. 슬라이더는 올해 신인 중 최고라는 평가받았고 커브와 스플리터도 평균 이상이어서 구속이 상승하자 단숨에 1라운드 지명 후보로 떠올랐다. 키움 외 구단도 눈독을 들였으나, 입맛만 다셨다. 3학년 성적은 14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1.91, 46⅔이닝 8볼넷 75탈삼진.
고 단장은 "김서준의 올해 성적을 보면 9이닝당 삼진이 14개(정확히는 14.46개)인데 볼넷은 2개(2.1개)밖에 안 된다. 사실 이번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밸런스가 되게 안 좋았는데 그 와중에도 스트라이크는 꼬박꼬박 넣었다"고 말했다.
최근 어린 투수들은 빠른 구속을 위해 밸런스와 투구 폼을 신경 쓰지 않고 무리하다가 다치는 일이 잦다. 그 탓에 평가가 1년 단위로 널뛰는 것도 사실이다. 김서준은 그 저점조차도 이제 안정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고 단장은 "요즘 젊은 선수들이 한 번에 기량을 확 올렸다가 푹 꺼지고 다시 올리면서 차차 자신의 자리를 잡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한 번에 올라와서 그대로 자리 잡는 선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팔에 무리가 올 수 있는 확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김서준은 한번 주춤하는 과정에서도 잘했을 때의 감을 잊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넣었다. 그런 면이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더 돋보였다. 구속도 안정화돼서 이젠 안 좋을 때도 시속 146~147㎞ 직구를 던지고 좋을 때는 150~151㎞를 던진다"며 "커브와 슬라이더가 좋은데 슬라이더를 너무 어릴 때부터 맛 들이면 다칠 수 있으니까 구단 차원에서 잘 관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드래프트 현장에 참가한 키움 신인 선수들이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를 마친 후 단체사진을 촬영 중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소소하게 화제가 됐던 유신고 심재훈(18·유신고 2R 13번) 대신 염승원을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고 단장은 "팀마다 필요한 부분과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전제를 깐 뒤 "심재훈이 확실히 파워는 있다. 하지만 콘택트 면에서 염승원에게 점수를 줬다. 주루와 야구 센스는 앞선다고 봤다. 프로 무대 적응은 제일 빠를 것 같다. 일단 2루수로 생각하긴 하는데 그건 감독님과 상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3라운드는 어준서는 빠른 발, 콘택트 능력과 함께 프로 무대에서 유격수 수비도 가능한 유격수 자원으로 분류했다. 처음으로 타임을 부르는 등 여러 고심 끝에 여동욱과 박정훈을 지명했고 하위 라운드에서는 경기상고 우완 임진묵을 꼽았다.
고 단장은 "임진묵은 시속 140㎞ 중후반을 던지면서 투구 밸런스가 좋고 제구력도 안정돼 있다. 3학년 때 약간 부진해(6경기 평균자책점 5.29)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가진 기량에 비해 저평가라 생각했다. 손가락 감각이 좋아서 체인지업이나 변화구 구사 능력도 좋고 경기 운영을 잘하는 선수다. 운이 좋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