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천 이미 반포급?'…과천 8·9단지 재건축 공사비 5000억 증액 협상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4.09.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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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주공 8·9단지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 르블리스' 조감도과천 주공 8·9단지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 르블리스' 조감도


'준강남'으로 꼽히는 과천 지역 부림동 주공 8·9단지 통합재건축 사업이 공사비 증액 '암초'를 만났다. 최근 시공사인 현대건설 (31,150원 ▼100 -0.32%)이 공사비 5000억원을 증액해 달라는 요청을 조합 측에 전달하면서다. 현대건설이 요청한 금액은 현재 시공을 맡은 반포 지역 사업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초 과천 8·9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공식 요청했다. 기존 3.3㎡당 550만3000원이던 공사비를 775만3000원으로 50.8% 인상 요구안이다. 설계변경과 원자재 등 자재비 상승, 공사 기간 연장 등이 공사비 증액 사유다.



조합은 앞서 2022년 12월 시공사와 9830억원에 공사도급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의 인상 요청을 반영할 경우 공사비는 1조4825억원으로 4995억원 증가한다. 공사비 증액 수준에 따라서 조합원들의 재건축 분담금도 일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평형'(84㎡) 조합원 추정분양가는 15억원 선으로 책정됐다. 만약 종전 74㎡ 소유자가 재건축 후 분양을 받으려면 7900만원~1억100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공사비 증액 내역은 설계변경에 따른 부분이 1937억원으로 가장 컸다. 단지 동은 종전 25개 동에서 27개 동으로, 연면적은 당초 약



59만1700㎡(17만9000평)에서 약 63만1400㎡(19만1000평)으로 늘어났다.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인상 반영분은 1910억원이다. 공사 기간이 종전 40개월에서 46개월로 연장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공사 관련 법규 변동에 따른 비용 1148억원도 포함됐다.

시공사 관계자는 "기존 공사비는 2022년 말 기준으로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국내외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원자재비와 노무비 등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며 "조합 측에 세부 증액 내역을 제출하고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3.3㎡당 공사비 반포 1단지 1·2·4주구 792만원, 과천주공 4단지 677만원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감도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감도
과천주공 8·9단지는 통합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1983년 지어진 8단지는 최고 15층, 12개 동, 1400가구 규모다. 단지 경계가 맞닿아있는 9단지는 1982년 최고 5층, 17개 동, 720가구 규모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두 단지 모두 용적률이 128%로 낮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용적률이 180% 이하면 사업성이 좋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통합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27개 동, 282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일반 분양 물량은 643가구다. 사업 부지 면적은 13만8828㎡다. 용적률은 약 286%, 건폐율은 약 20%, 최고 높이는 약 113.9m다.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다. 단지명은 '디에이치 르블리스'로 바뀔 예정이다.

이번 공사비 인상 요청은 앞으로 사업 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가 한 번에 50% 이상 오른 데다가 공사 기간도 6개월 연장되면 조합원 이주계획, 금융조달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실제 착공, 준공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공사비 증액 요청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합 내부에서는 시공사의 증액 요청 수준이 과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번에 요청한 인상액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 지역에서 하이엔드 단지를 표방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해당 사업장은 최근 3.3㎡당 공사비를 종전 548만원에서 792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단지 가구, 시설 규모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반포 1·2·4주구 사업장은 최고 35층, 50개 동, 5000가구 규모다. 커뮤니티 시설에는 국내 최초로 실내 아이스링크장, 오페라하우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과천 8·9단지 조합은 재건축 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음 달 초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다. 공사비 협상은 내부 전담반(TF)을 꾸려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급 단지 조성을 위한 합리적인 증액 내역은 검토하되, 여러 사업장의 공사비와 비교해 적정 수준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달 분양을 앞둔 '과천 주공4단지 재건축'(프레스티어 자이)은 공사비를 3.3㎡당 677만원으로 책정했다. 시공사는 GS건설 (19,080원 ▼90 -0.4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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