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 김명민, 메소드와 거리 둔 메소드 연기의 대가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9.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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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심스토리/사진=심스토리


배우 김명민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는 '메소드 연기'의 대가다. 본인을 완전히 지우고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는 김명민의 연기는 그동안 많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어 아너'에서 맡은 김강헌 역시 얼핏 보기에는 완전히 캐릭터와 동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명민은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메소드와 거리를 뒀다고 밝혔다. 과연 메소드 연기의 대가는 왜 메소드를 피했을까.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유어 아너'(연출 유종선, 극본 김재환)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vs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범죄 조직 보스.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김명민은 차가운 심장과 위압적인 존재감을 가진 잔인한 범죄조직 보스 김강헌 역을 맡았다. 김강헌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유어 아너'는 첫 방송에서 1.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입소문을 타고 시청자가 몰려들었고 시청률을 4.6%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회의실에서 만난 김명민은 "시청률에 무딘 편"이라면서도 많은 관심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가 시청률이나 이런 부분에서 무딘 편이에요. 그런데 주변에서 이 정도 시청률이면 엄청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주변에 보신 분들이 많고 관심이 많더라고요. 시청률에 비해 관심도가 높은 것 같아서 요즘에는 이런 흐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드라마가 3년 만인데 그 사이 또 변화한 것 같더라고요. 이런 흐름을 빨리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매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로 반전을 주고 있는 '유어 아너'는 결말까지 단 2화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명민은 '유어 아너'의 마지막에 대해 "결이 많이 다르다"며 끝까지 시청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다.

"다른 드라마와는 결이 많이 달라요. 우리나라 시청자분들은 정확한 결말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선과 악이 충돌해서 선이 승리하는 것을 기대하실 텐데 저희는 그런 결말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것을 지키려 했던 뒤틀린 부성애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작가님도 쉽게 결론 내리기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저도 마지막 촬영을 할 때 맺어지지 않는 찝찝한 느낌들이 있었어요. 6개월간 살아왔던 삶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데 아쉽고 서운한 게 아니라 찝찝함이 좀 남았어요. 애매모호한 마음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스튜디오 지니/사진=스튜디오 지니

이스라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유어 아너'는 미국에서도 리메이크됐던 작품이다. 다만 김강헌이라는 캐릭터는 원작에서는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김명민은 제작진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김강헌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리메이크작을 봤는데 표민수 감독님이 '우리는 이렇게 안 할 거다. 이렇게 가면 아무도 안 볼 거다'라고 말을 하셨어요. 그리고 김강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사와 전사를 그려봤어요. 없었던 인물을 키우는 것이다 보니 감독님, 작가님과 오랜 대화가 있었기 대문에 김강헌이 지금 정도로 올라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극 중 김강헌은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자로 묘사되지만 김명민은 김강헌의 약점이자 아킬레스건으로 가족을 꼽았다.

"김강헌이라는 사람은 많은 인물들의 입을 통해 '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되잖아요. 그런데 막상 김강헌은 그렇게 못하거든요. 농담삼아 '그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자라면 4부에 이미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거든요. 제가 봤을 때는 너무나도 외롭고 힘든 인물이었어요. 3년이라는 복역 생활 역시 언더그라운드 비즈니스를 깨끗하게 청산하려는 과정이었는데 출소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아들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모든 것이 꼬인 거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깨끗한 미래를 계획하는데 결국 가족 때문에 다시 손에 피를 묻히는 것들이 아이러니했어요. 제가 김강헌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상황의 아버지거든요. 그래서 감정이입은 더 잘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스튜디오 지니/사진=스튜디오 지니


김명민은 캐릭터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몸무게도 증량하는 등 외적인 부분에서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메소드 연기'의 대가로 불리는 김명민다운 모습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명민은 "그건 모든 배우들이 하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메소드 연기를 멀리하려 했다고 밝혔다.

"'메소드 연기' 이런 쪽으로는 떨어뜨리고 싶었어요. '너무 메소드 메소드하니 힘들어 보이고 주변 사람들이 멀리하는 것 같다' '요새는 쉽게 쉽게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강압적으로 연기하는 게 힘들어 보일 수도 있다'는 충고를 들었거든요. 저는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편하게 연기해 보려고 했어요. 사실 캐릭터를 연구하는 건 모든 배우들이 하는데 제가 유독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해요."

촬영장에서도 메소드를 피하기 위한 김명민의 노력은 계속됐다. 특히 초상집, 납골당, 화장터를 오갔던 초반 촬영에서도 메소드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농담을 던지며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초반 촬영이 장례식, 납골당, 화장터에서 진행됐는데 계속해서 초상집 분위기였거든요. 저는 그 와중에 메소드에 빠지지 않으려고 농담도 던졌어요. 초반 촬영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데 각자의 감정에만 빠져있으면 호흡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슛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김명민의 연기가 빛날 수 있었던 건 그 대척점에 있던 손현주의 공도 크다. 연기력만은 증명된 두 사람은 불꽃 튀는 연기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혹자는 '대결'이라고 표현했지만, 김명민은 오히려 "올림픽에서 한 팀으로 뛰는 것 같았다"며 손현주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현주 형님이 저보다 먼저 캐스팅되어 있었어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못 할 것 같았어요. 함께 해보니 왜 손현주 손현주 하는지 알 수 있더라고요. 물론 부담도 됐어요. 제가 찍어 누르는 역할이다 보니 누가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위압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겉으로만 표현해서는 될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대부'를 모티브로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의 중간 정도로 가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진=스튜디오 지니/사진=스튜디오 지니
김명민은 2021년 '로스쿨' 이후 '유어 아너'를 통해 3년 만에 복귀했다.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변하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김명민은 크게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 했던 3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라고 뿌듯해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갔어요. 가족들과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처음에 한두 달은 답답하기도 했죠. 배우가 작품을 하다가 쉬면 근질근질한 게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몰랐던 것들, 소홀했던 것들을 나누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3년이나 공백이 있다는 것도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됐어요. 연기할 때는 그 공백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앟았어요. 신인 김명민이나 지금의 김명민이나 똑같은 김명민이거든요. 앞으로 공백이 또 몇 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김명민이 바라보는 드라마의 가치관은 무엇일까. 김명민은 바로 '정통성'을 꼽았다. 시대를 뛰어넘어 감정과 정서를 건드릴 때에 힘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김명민의 기준에 '유어 아너'는 완벽하게 정통성을 갖춘 드라마였다.

"저는 드라마는 정통성 딱 하나라고 봐요. 정통성이 있으면 어느 시점에 틀어도 인간의 감정을 통과하거든요. '유어 아너'가 딱 그런 드라마예요. 내가 판사가 아니고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지만, 자식이 있고 부모가 있다면 대입하게 되고 부성애를 공감하게 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힘은 시대를 막론하고 감정과 정서를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김명민이 드라마를 선택하는 기준과도 맞닿았다. 과거에는 캐릭터에만 집중했다는 김명민은 이제는 큰 틀에서의 흐름을 보게 됐다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밝혔다.



"어렸을 때는 작품을 보는 시각이 좁았던 것 같아요. 캐릭터가 얼마나 멋있게 나오는가 생각했는데 그게 편협한 시선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작품이 좋아야 캐릭터도 돋보이는 것이더라고요. 그런 것을 자각한 이후에는 전체적인 흐름, 작품이 주는 느낌을 먼저 보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런 걸 보고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힘든 신이 많을까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결국 작품이 마음에 들면 하게 되더라고요."

김명민의 말대로 결론이 찝찝하다면 이는 새로운 시즌을 통해 풀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유어 아너'의 흥행 이후 시즌2를 기원하는 시청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김명민은 시즌2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지금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시청자분들이 반응이 열렬하게 원한다면 갈 생각은 있어요. 다만, 지금의 관심과 명예로움이 시즌2로 희석되지 않고 시즌1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걸 택할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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