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과 기안84, 가수가 되고픈 두 40대의 꿈을 향한 응원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9.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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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가수 조정석'과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로 음악대결(?)

/사진=MBC, 넷플릭스/사진=MBC, 넷플릭스


1980년생 조정석과 1984년생 기안84. 40대인 두 사람은 최근 가수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대중을 상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배우 조정석, 전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측면에서는 웹툰 작가 기안84의 본업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두 사람이 가수라는 꿈에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주는 감동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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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는 MBC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이하 '음악일주')를 통해 가수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일주'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스핀오프로, 앞선 여행을 함께 했던 빠니보틀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 유태오가 기안84와 함께 여행을 다닌다.

이번 시즌은 단순히 여행을 다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행 과정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관광 명소보다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 좀 더 집중하는 기안84식 여행 스타일은 변화가 없다. 기안84는 힙합의 발상지인 뉴욕 브롱크스를 무작정 찾아갔고 내친김에 사이퍼에서 즉석 랩도 내뱉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인연을 맺어 현지인들의 삶에 더욱 깊숙하게 파고들며 그들의 삶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다양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직접 체험한 것들은 충분한 자양분이 되어 가수 기안84의 훌륭한 자산이 되고 있다. 기안84는 앞으로 미국은 물론 자메이카까지 방문하며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음악을 체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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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조정석은 넷플릭스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가수 도전기를 공개하고 있다. '신인가수 조정석'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조정석이 20년 차 배우가 아닌 신인 가수가 되어 정규 1집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아가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조정석과 절친한 배우 정상훈, 유튜버 문상훈이 각각 정상 기획의 대표와 홍보실장 역으로 등장해 조정석의 가수 데뷔를 지원한다.


'신인가수 조정석'의 구성은 조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한 전문가들이 함께한다는 것. 아내 거미를 비롯한 아이유, 윤종신, 박효신, 다이나믹 듀오 등의 가수는 물론 정경호, 공효진, 유연석, 전미도, 김대명 등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함께 공연한 동료 배우들이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이들은 때론 가장 날카로운 분석으로 음악을 피드백해 주고 때로는 가장 든든한 지원자로 신인가수 조정석의 데뷔를 돕는다.

또한, 음원 발매에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을까도 '신인가수 조정석'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다. 그 일환으로 조정석과 정상훈, 문상훈은 유튜브 채널 '청계산댕이레코즈'를 개설했다. 아이유의 '샤라웃'으로 널리 알려진 '청계산댕이레코즈'는 이후 조정석이 실제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암암리에 알려졌지만, 방송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홍보 전략을 설계했는지 드러나며 놀라움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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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도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기안84는 지난달 25일 뉴욕에 사는 여러 이민자의 삶과 본인의 경험담을 민들레에 빗대어 표현한 포크 장르의 곡 '민들레'를 발표했다. 방송이 진행되면서 추후 다른 노래가 공개될 예정이다. 조정석 또한 지난달 31일 정규 1집 '조정석'을 공개했다. 타이틀곡 '샴페인'은 짜릿한 취함 속엣서 오는 자유로움과 행복감을 노래한 블루스 록 장르의 곡으로 '어떤 순간에도 여러분들은 충분히 훌륭하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민들레' 뮤직비디오는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31만 뷰를 돌파했다. 음원차트에서도 지니뮤직 실시간 톱200 차트 12위, 멜론 핫100 차트 13위에 올랐다. 조정석의 타이틀곡 '샴페인' 역시 멜론 HOT100 25위를 비롯, 아이튠즈 5개국 상위권에 안착했다.



'음악일주'는 아직 2화밖에 공개되지 않았고 '신인가수 조정석'은 공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성패를 논하기에는 섣부른 시기다. 그러나 오랜 시간 품어왔던 가수의 꿈에 도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MBC, 넷플릭스/사진=MBC, 넷플릭스
그동안 많이 다뤄왔던 음악이라는 소재를 다시 내세웠지만, '음악일주'와 '신인가수 조정석'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건 단순히 음악이나 가창력 등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국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미스틱스토리, AOMG 등 주로 가수를 매니지먼트 하는 회사에만 속했던 기안84는 어릴 적부터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네가 먹은 욕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냐"며 만류했지만 "어머니의 뜻을 따르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기안84의 다짐은 가수라는 꿈을 향한 기안84의 굳은 심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신인가수 조정석'을 연출한 양정우 PD가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취미로 만든 자작곡을 들려준 조정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첫 자작곡을 만들고 클래식 기타로 입시를 준비할 정도로 음악에 진심이었던 조정석은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그 꿈을 접어두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아른거리는 꿈에 도전하는 기안84와 조정석의 모습은 두 사람이 가수로서 가지는 가장 큰 무기다. 강렬한 꿈을 꿔봤던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도전에 마음이 움직일 수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누군가는 '내가 잊어버렸던 멜로디를 찾아' 떠나는 기안84처럼 마음 속 심지에 다시 불을 지필 수도 있다. 물론, 이들의 도전을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댄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며 위로하는 조정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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