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vs 머스크 갈등 확대…"X 폐쇄" 확정, 스타링크도 차단?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9.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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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X 서비스 중지에 이용자들 '블루스카이'로 대거 이동…
머스크의 스타링크 "계좌동결 해제될 때까지 X 차단 않겠다",
브라질 통신 규제기관 "스타링크 운영허가 취소, 장비 압수"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의 지역사회 보건센터에서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 출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5.19  /로이터=뉴스1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의 지역사회 보건센터에서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 출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5.19 /로이터=뉴스1


브라질 대법원이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서비스를 중지하는 결정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X 폐쇄를 판사 개인의 독선으로 비난해온 머스크는 브라질 사법부는 물론 통신 감독 기구와도 정면대결하게 됐다. 가뜩이나 머스크가 인수한 후 기업가치가 추락한 X는 2006년 서비스 시작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대법원 위원회는 알렉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의 X 차단 결정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5명의 판사로 구성된 위원회는 X 차단이 브라질 법률에 부합하며, 법을 위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항해 국가 규정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플라비오 디노 판사는 "X는 법 위에 있다고 믿는 듯하다"며 "경제적 힘과 은행계좌의 규모가 터무니없는 면책을 낳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난 4월 모라에스 대법관은 허위 정보 유포 및 증오 표현 확산 혐의를 받고 있는 X 계정 수십개를 조사 기간 중 차단할 것을 명령했다. 이들 계정 대부분이 우익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것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브라질의 비선출 가짜판사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파괴하고 있다"고 맞서고 브라질 당국과의 분쟁을 더 키웠다. 법원이 명령한 문제의 계정을 정지하기는커녕 법원이 책임을 묻지 못하게 아예 브라질 현지 사무실을 폐쇄했다. 임직원이 현지 법에 따라 자칫 체포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방 마을 바흐무트 인근에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로이터=뉴스1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방 마을 바흐무트 인근에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로이터=뉴스1
이후 대법원은 지난 28일 X에 24시간 이내에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라고 명령했고, 불이행 시 서비스 차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누적된 벌금 납부를 위해 모라이스 대법관은 머스크가 40% 지분을 보유한 위성 인터넷기업 스타링크의 브라질 은행 계좌도 동결시켰다.

하지만 X가 따르지 않자 대법원 측은 결국 접속 차단을 명령했다. 모라에스 판사는 애플과 구글을 포함한 기업에 5일의 기한을 줘 X를 앱 스토어에서 삭제하고 iOS 운영체제 및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X 사용을 차단하도록 했다. 또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X에 접속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5만헤알(1195만원)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이는 브라질 근로자의 1년 평균 소득보다 높은 금액이다.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브라질 언론 글로보 뉴스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브라질 방송·통신 관련 허가·규제·감독기관인 아나텔(Anatel)에 은행 계좌 동결이 해제될 때까지 X를 차단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카를로스 바이고리 아나텔 사장은 스타링크의 변호사로부터 이 같은 답변을 받았다며 "그들이 이것을 기록에 공식화할지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스타링크는 브라질에서 25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온라인 대담을 하는 모습을 뉴욕에서 시민이 노트북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지난달 1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온라인 대담을 하는 모습을 뉴욕에서 시민이 노트북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X는 지난 주말 브라질 전역에서 스타링크 고객을 제외하고 차단됐다. 인구 2억1700만명의 브라질은 사용자 수에서 X의 6번째 큰 시장이다. 그러나 X 접근이 차단되면서 이용자들은 X 대신 마이크로 블로깅 플랫폼인 블루스카이(Bluesky)로 이동하고 있다. 블루스카이는 지난달 31일 기준 이틀 동안 브라질에서 50만명이 신규 등록했다고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도 자신의 X 계정에 블루스카이 계정 연결 링크를 트윗했다. 블루스카이 CEO 제이 그래버는 "잘했어요 브라질. 올바른 선택을 했어요"라며 신규 사용자 유입을 반겼다.
한편, 아나텔은 스타링크가 X를 차단하지 않으면 브라질 내 운영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스타링크가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만큼 라이선스 없이도 물리적으로는 브라질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불법이다. 면허가 취소된 후 스타링크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아나텔이 브라질 내 23개 지상국에서 스타링크의 장비를 압수할 가능성도 있다.

스타링크는 2022년 출시된 이래 브라질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브라질의 광대한 농촌 지역과 아마존 열대우림을 인터넷으로 빠르게 연결했고 그로 인해 머스크와 스페이스X도 사업적 성공을 거뒀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당시 머스크에게 메달을 수여하며 "진정한 자유의 전설"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3일 머스크는 X에서 "표현의 자유, 안전한 국경, 안전한 도시, 합리적인 지출을 지키는 데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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