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시달리다 불 질러 남친 살해…"불 꺼지면 내가 죽어" 밖 지켰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4.09.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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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집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40대 여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42)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1일 오전 3시쯤 전북 군산시 한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 B씨(30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함께 술 마시던 B씨가 자신의 얼굴 등을 때리자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2019년부터 약 5년간 교제한 사이였다. A씨는 수사기관에 "B씨와 사귀면서 잦은 폭력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A씨는 범행 당시 불이 주택 전체로 번진 이후에도 119에 신고하지 않고 지켜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방화 이후 현관을 나와 화재를 지켜본 이유가 뭐냐'는 수사관 질문에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녔으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용서될 수 없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사실을 알면서도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생명을 빼앗겼고, 유족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며 "피고인이 유족으로부터 용서받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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