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없숲'이 아닌 'The Frog'를 본 글로벌 시청자 반응은?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8.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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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향한 전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큰 틀에서 글로벌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국과 다르지 않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제작자들이 글로벌 문법을 적용했기 때문인지,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한국식 드라마 문법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차이점이 존재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연출 모완일 이하 '아없숲')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김윤석, 윤계상, 고민시, 이정은 등 연기파 배우들과 '부부의 세계'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이 4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관심을 받았던 '아없숲'은 지난 23일 공개됐다. 지난 28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아없숲'은 공개 후 2000만 시청 수를 기록해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분 4위에 등극했다. 대한민국에서 1위를 기록했던 '아없숲'은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총 16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치로 나타나는 지표가 아닌 실제 반응은 어떨까. '아없숲'을 시청한 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은 크게 나뉘었다. 김윤석, 고민시 등 배우들의 연기력에 초점을 맞춰 좋은 평가를 내린 시청자들이 있는가 하면 다소 불친절하고 여태껏 보지 못한 초반 전개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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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반응도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유성아 역을 맡은 고민시에 대한 칭찬은 계속해서 찾아볼 수 있었다. NME는 고민시와 김윤석의 연기를 두고 "서로를 이기려는 두 사람의 끊임없는 투쟁은 '아없숲'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고민시는 딱딱하게 행동하거나 지나치게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으면서도 사이코패스 연기를 잘했다"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가까운 일본에서 고민시를 향한 많은 주목을 보여줬다. tvN '서진이네2'에서 만능 인턴의 모습을 보여주며 예능으로도 영역을 넓힌 고민시는 '아없숲'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연기력을 각인시켜 주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내는 부분 역시 국내 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로 불편하고 느린 초반 전개. 과거와 현재가 반복되고 조금은 모호한 전개에 대해 "전반부 동안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NME), "초반부에 너무 영리하고 불안하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플롯을 끌어내리는 느린 빌드업을 초래한다"(포브스)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영어 제목인 'The Frog'에 빗대어 "개구리처럼 5화로 뛰어넘어도 된다"라거나 "제목을 개구리가 아닌 달팽이(The Snail)로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다만, 이러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초반의 지루함만 참을 수 있다면 후반부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다는 점은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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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면 해외에서의 반응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The Frog'(개구리)와 연관 지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해석한 반응이 많았다. "개굴거리는 서스펜스와 서서히 타오르는 분노" 라던지 "우리 모두는 아마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개구리'가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포브스)라는 식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사지만 이를 그대로 번역했던 가제 'Alone in the Woods'대신 'The Frog'를 선택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도 할 수 있다.



'아없숲'은 매화 반복되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조지 버클리가 남긴 말을 변형한 것이다. 조지 버클리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이다. 아무도 지각하지 못했기에 소리가 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아없숲'의 전체적인 주제의식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을 덮으려고 한 전영하(김윤석), 그저 견디기만 했던 구상준(윤계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되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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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는 익숙한 표현이 아닐뿐더러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이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바랐던 사람들에게는 예상과 다른 전개이기도 하다.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설명에 혹해 킬링타임용 콘텐츠를 기대했던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메뉴가 찾아왔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영어권의 제목인 'The Frog'가 가지고 있는 비유는 다소 직관적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 있다는 설명은 짧지만 강렬하다. 무심코 돌을 던지는 사람과 날아오는 돌을 마주하는 개구리가 누구인지도 쉽게 알 수 있다. 작품을 보기 전 기대했던 방향성이 조금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반응 역시 조금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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