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벗어난 현지화 그룹, 엇갈리는 반응이 남긴 과제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8.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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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앨리스 /사진=SM디어 앨리스 /사진=SM


K팝이 현지화 그룹이라는 또 하나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시장이 정체됐다는 분석 속에 SM, JYP, 하이브 등 대형 기획사들도 앞다투어 현지화 그룹을 론칭하며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를 벗어나 미국, 유럽, 남미로 향하고 있다. 다만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를 벗어난 현지화 그룹이라는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현지화 그룹은 K-팝 아이돌 그룹을 모티프로 삼아 K-팝의 트레이닝 시스템과 음악 스타일을 본떠 해외 현지에서 기획, 데뷔하는 그룹이다. 즉 K-팝 그룹이 아닌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개념이다. 현지인 멤버들이 한국 연습생과 유사한 트레이닝 과정을 겪고 한국 아이돌과 유사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현지 시장에 데뷔한다. 이들의 목표 역시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서구권 현지화 그룹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S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문앤백이 함께 만든 영국의 5인조 남성 그룹 디어 앨리스, 하이브와 미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게펜 레코드가 합작한 걸그룹 캣츠아이, JYP와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와 협업으로 탄생한 비춰 등은 이미 데뷔를 했거나 데뷔를 준비 중이다.

캣츠아이/사진=하이브캣츠아이/사진=하이브


익숙한 듯 낯선 현지화 그룹들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다. 디어 앨리스는 영국 BBC에서 자신들의 데뷔 과정을 담은 TV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더 케이팝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디어 앨리스가 데뷔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은 6부작 다큐멘터리로 매주 토요일 BBC에서 공개된다. 또한 디어 앨리스는 영국 3대 지상파인 ITV1 생방송 토크쇼 '디스 모닝'에도 출연했다. 다섯 멤버들은 지난해 있었던 오디션부터 한국 에서의 트레이닝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캣츠아이 역시 자신들의 결성기를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를 지난 21일 공개했다. '팝 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는 캣츠아이의 결성 과정을 8부작 형태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하이브-게펜 레코드의 아티스트 트레이닝 시스템 또한 생생하게 수록되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그룹 결성과정을 공개했던 캣츠아이는 다큐멘터리까지 공개하며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비춰 역시 데뷔 과정을 서바이벌 오디션 'A2K'(America2Korea)를 통해 공개했다. 'A2K'는 총 누적 조회수 6575만 뷰, 회당 평균 조회수 298만뷰 등을 기록하며 데뷔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파이널 직후 뮤직비디오 공개, 프리 데뷔 앨범 발매, 음악방송 출연 등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트와이스의 월드투어 오프닝 무대로 자신들의 데뷔 첫 무대를 장식하고 데뷔 싱글을 포함해 총 2장의 싱글을 발매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비춰/사진=JYP비춰/사진=JYP
기존의 현지화 그룹은 일본, 중국 등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에 집중됐다. 지리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특징, 외모 역시 비슷한 두 국가에서 현지화 그룹은 나름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똑같이 K-팝 시스템을 이식했지만 유럽, 미국 등 아시아를 넘어선 현지화 그룹은 예상만큼의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는 반응도 있다.



캣츠아이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TOUCH'는 발매 한 달이 가까워졌지만 800만 조회수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 3월 데뷔한 아일릿의 '마그네틱' 뮤직비디오가 하루 만에 1000만 조회수를 돌파한 것과 대조적이다. 비춰 역시 지난 3월 케일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며 별다른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케일리의 활동 여부를 두고 미국과 한국 사이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팬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결국 지금의 관심이 어떤 방향으로 향해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 멤버로 그룹을 구성해 론칭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이들이 'K팝이 맞는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현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무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지 사람이 K-팝 무대를 선보이다는 사실은 잠깐의 관심을 환기할 수 는 있지만 이를 지속적인 팬덤으로 유입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현지화라는 사실보다는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무기와 음악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당장 반응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현지화 그룹이 실패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한국에 있는 K팝 팬이나 현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나 아직은 현지화 그룹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직은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바꿔말하면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기획사들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하이브는 캣츠아이 말고 새로운 현지 신인 개발에 나섰으며 라틴아메리카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JYP 역시 현지 법인 'JYP 라틴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라틴 걸그룹 론칭을 준비 중이다. 과연, 아시아를 벗어난 현지화 그룹들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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