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할게요" 식당 청구서에 깜짝…'팁' 주던 미국인들 뿔났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8.2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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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들 최대 25% 권장, 외식물가 인플레 주범 인식 확대
팁플레이션 피로감…72% "카드결제때 자동 포함 반대"
"인종차별적 착취서 기인한 제도, 이번에 바꾸자" 목소리

팁에 대한 부담이 커진 미국인/그래픽=김현정팁에 대한 부담이 커진 미국인/그래픽=김현정


자본주의의 끝판왕, 이른바 '서비스의 나라' 미국에서 팁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물가가 높아졌는데 식당들이 최대 25%의 팁을 권장하면서 소비자의 저항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적 착취에서 기인한 제도인 만큼 이참에 팁 대신 최저 임금을 고용주가 제대로 지불하게 하자는 목소리도 거세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란히 팁에 대한 세금 면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미국의 대다수 소비자는 점점 팁에 대한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퓨리서치가 미국 성인 1만19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23년 8월 7~27일)에서는 10명 중 7명(72%) 꼴로 5년 전보다 많은 곳에서 팁을 요구받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팁을 받는 근로자는 4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팁은 미국 서비스업계 전반의 독특한 고용 시스템에 기인한다. 특히 레스토랑은 접객 직원(웨이터)에게 시급 2달러13센트(2841원)만 지급하고 법적 최저임금과의 차이는 팁으로 메운다. 사실상 식당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근로자의 생계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팁 제도를 옹호하는 이들은 팁이 서비스 업종 전반의 서비스 향상을 촉진하고 식당 메뉴의 가격을 낮게 유지해준다고 주장한다. 반면 팁에 반대하는 이들은 팁을 일종의 반강제적 '강탈'로 인식한다.



대중의 팁에 대한 생각은 특히 코로나 팬데믹 때 달라지게 됐다. 이 기간 많은 실력 좋은 웨이터는 임금 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전향했고 이는 인력 부족 및 서비스 문제로 이어졌다. 팬데믹이 끝난 후 초기 후하게 팁을 주던 손님들도 인플레이션과 전자지불 방식 확대로 인해 팁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과거와 달리 양질의 대면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운데 팁은 물가에 연동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가 늘면서 팁 비율을 결제 때 체크하게끔 한 것도 고객의 반발을 일으켰다. 퓨리서치 설문에서 미국 성인 10명 중 7명(72%)은 기업이 고객의 청구서에 자동 서비스 요금이나 팁을 포함시키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에서는 결제창의 권장 팁 비율이 25%에 달한다.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팁에 대해선 면세를 주장하고 나섰으나 팁 노동자 중 3분의 1은 이미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상황이다. OFW(One Fair Wage) 등 노동 단체는 팁 면세보다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는 게 착취 구조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팁 문화는 남북전쟁 이후 백인 근로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식당 주인들이 해방된 노예를 대신 고용하면서 팁만 받고 일하게 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식당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 업체들이 팁을 없애고 임금을 제대로 주려면 성장통이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 내 7개 주에서 고용주가 법적 최저임금을 지불하고 있는데 지난해 워싱턴DC에서는 임금을 인상하기 시작하자 상당수 식당들이 서비스 요금을 의무적으로 추가하고 주문은 각자 자리가 아닌 바에서 하도록 해 서빙 방식을 간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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