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테헤란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서 팔레스타인 그룹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포스터를 들고 있다 2024년 7월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그룹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살해된 후 반이스라엘 집회 중 사람들이 그의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이혜미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전쟁을 지속하는 이스라엘의 의도를 살펴보고 확전 위기 속 딜레마에 처한 이란과 이스라엘, 주변국들의 향후 대응과 시나리오를 전망해 봤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0월 초 하마스의 기습적인 테러 사건으로 무고한 자국민이 1000명 이상 사망하고 240여 명이 포로로 끌려간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이스라엘 국민들은 개전 10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격앙된 상태다.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이지만 적어도 하마스 지도부만큼은 궤멸시키겠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최우선 목표인 셈이다. 따라서 확전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최고 암살 대상이었던 하니예를 제거하는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의 암살이 시기적으로 미묘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침 이란에서는 예상을 깨고 개혁파인 마수두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당선돼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미국에서도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추격했다.
(예루살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시오니즘 지도자 제프 자보틴스키의 추모식에 참석해 "이란의 어떤 보복 공격이든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08.0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예루살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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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이란이나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치를만한 여력은 없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은 비록 장비와 화력 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자랑하지만 예비군 중심의 부대로 편성돼 장기전을 치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미 가자전쟁을 10개월 가까이 치르면서 600명 이상 군인이 사망했고 경제적 피해도 누적되는 가운데 하마스와 차원이 다른 헤즈볼라와 이란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이스라엘 편에서 정말 악몽 같은 일이 될 수 있다.
"보복 선언했지만…"… 확전 부담스러운 이란국제사회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심화하고 확전이 우려되자 중재와 사태 악화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미국은 유럽과 중동 내 협력국 정부들을 통해 확전 방지를 위한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했으나 이란은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겠다"면서 강한 보복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취임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테헤란을 방문한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안보서기와의 회담에서 이스라엘의 범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분명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이슬람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그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 의무로 여겨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지시했다.
문제는 막상 보복을 선언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은 2000km 이상 떨어져 있어 이란이 공격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또 이란 역시 전면전이 부담스럽다는 점도 제약으로 작용한다. 40년 넘은 기간 서방의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경제 상황에서 군사강국인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른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경제난으로 국민적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자국 군대를 유지함은 물론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의 민병대까지 동시에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도 전면전을 치를 여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는 가장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헤르몬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이란의 공습으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헤르몬 지역의 도로가 손상된 모습. 2024.04.1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헤르몬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장 연구위원은 "지난 4월의 경우 이란과 이스라엘이 본토를 향해 공격했을 때 전면전 가능성이 35~40%라고 보았다면 지금은 50%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다. 양측은 내심으로 전면전은 절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약하게 보일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지난번처럼 출구를 확보한 다음에 국내 여론을 달래는 방식으로 보복을 주고받을 가능성 높아 보인다"라고 예측했다.
물론 보복 과정에서 자칫 민간인 피해 등 우발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성일광 고려대학교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제한적 공습을 하더라도 이스라엘 지역에 우발적으로 민간인이나 주요 시설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이스라엘도 그에 상응해 민감한 이란의 핵시설 등에 재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 결국 이란이 어떤 강도로 보복할 것이냐가 관건이며 이스라엘은 그에 맞춰 재보복에 나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사태의 와일드카드가 될 전망이다. 보복 수단이 제한된 이란이 직접 나서기보다 헤즈볼라 등 무장 세력을 동원해 보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사령관도 암살하면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이미 예고했다. 전쟁 경험이 풍부한 정예 무장대원이 10만여 명에 이르고 15만기 이상의 로켓과 탄도미사일로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를 타격할 능력도 보유한 헤즈볼라는 하마스와는 차원이 다른 전력이다. 만약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헤즈볼라가 로켓과 미사일을 동원해 전면 공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로서도 모든 공격을 방어하기란 불가능하다.
성 교수는 "현재 헤즈볼라도, 이란도, 이스라엘도 그리고 미국도 전쟁을 피하고 싶지만 피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