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오른 삼성폰" 영광의 순간 '찰칵'…40여년 올림픽 후원, 왜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4.08.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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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파리 대회 남자 양궁 개인전에 참가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파리 대회 남자 양궁 개인전에 참가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시상식 오른 삼성폰" 영광의 순간 '찰칵'…40여년 올림픽 후원, 왜
삼성전자의 올림픽 후원, 현대자동차와 양궁, SK텔레콤과 펜싱. KT와 사격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 못지않게 한국 기업들의 후원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 끈다.

특히 양궁이 남녀와 혼성 단체, 개인전까지 종목에 걸려있는 5개 금메달을 모두 휩쓸면서 현대차 그룹의 전폭적 지원도 화제를 모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프랑스 파리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지켜보고 금메달을 걸어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대차와 양궁과의 관계는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시작돼 대를 이어 40여년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 지원이다.



현대차 그룹은 훈련 장비를 지원하는 것에 이어 소음훈련 등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가 펼쳐지는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마련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미리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활'과 함께 선전한 '칼' 펜싱 종목은 SK텔레콤이 든든한 후원자다. 펜싱은 고가 장비가 많이 필요한 종목인데, 장비와 시설을 SK텔레콤에서 지원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는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규격의 피스트(경기대)를 만들고 경기장 조명까지 동일하게 맞춰 선수들이 사전 모의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개인전까지 2관왕을 차지한 오상욱 선수는 대회 직전 열린 출정식에서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주요 대회에 걱정없이 참가할 수 있게 해준 SKT에 늘 고맙다"고 말했다.



'총' 사격은 현재는 종목을 후원하는 대기업이 없다.그러나 한화 그룹이 지난해 11월까지 20년 넘게 사격을 지원해왔다. 국제 사격 경기 규정에 맞는 전자 표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의 전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7월 25일(현지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함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및 마크롱 대통령이 공동 주최한 '파리 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 참석했다. /사진=출처 : SNS7월 25일(현지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함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및 마크롱 대통령이 공동 주최한 '파리 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 참석했다. /사진=출처 : SNS
삼성전자는 개별 종목을 후원하진 않지만 올림픽 스폰서를 지난 40여년간 맡아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첫 인연을 맺고 1997년엔 IOC와 글로벌 후원사인 TOP 계약을 체결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 중이다. 최상위 스폰서 중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이번 올림픽에선 200대 이상의 갤럭시S24울트라로 개막식 생중계를 지원하기도 했다. 올림픽 선수들에게 1만7000여대의 '갤럭시Z플립6 올림픽에디션'을 배포하고선 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직접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재계와 스포츠의 동행은 '브랜드 가치'에서부터 나온다. 삼성전자가 브랜드 경영 방침에 따라 올림픽 후원을 시작한 것에서 비추어 볼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은 "대표적인 무형자산이자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며 올림픽 후원을 시작했다. 실제로 올림픽 공식 후원을 개시한 직후인 1999년의 삼성 브랜드 가치는 31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세계 5위인 914억 달러로 24년만에 약 30배 가까이 성장했다.


과거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단순히 제품 품질 인증 마크 정도로 여겼다면, 요즘은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말 그대로 나를 드러내는 '브랜드'로 여기는만큼 브랜드 가치가 중요해졌다. 도덕적 논란이 있는 기업 제품은 제품의 질과 관계가 없어도 의도적으로 보이콧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상징성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결국 제품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가지게 되는 경험이 소비자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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