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쯤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하주차장에서 피해 차량이 출차하는 모습./사진=김지은 기자
뙤약볕이 내리쬐는 지난 5일 오전 10시쯤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주민 김모씨는 야외에 마련된 '청소 상담' 부스 안에 들어가더니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차량 안팎과 주택 내부가 훼손되는 피해를 봤다.
화재 나흘째를 맞은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상담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해당 아파트에서 8년 넘게 살았다는 김씨는 "바닥에 그을음이 져서 손가락으로 만지면 검은색 먼지가 나온다"며 "전기도 끊겨서 냉장고 음식도 모두 상했다"고 했다.
집에서 플라스틱 타는 냄새… "딸 집으로 대피"
5일 오전 10시쯤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피해 주민들을 위한 상담 부스가 설치됐다. /사진=김지은 기자
주민들은 구청에서 마련한 임시주거시설이나 지인들 집에 머물고 있다. 주민 최모씨는 "지금 딸 부부 집에 잠시 들어갔다"며 "하루도 아니고 며칠 동안 계속 있으려니 불편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집 내부는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에는 검은색 분진이 남아있는 상황. 옷, 침구류, 프라이팬, 김치통은 검게 변해서 모두 버렸다. 냉장고에 있던 생선, 조기들도 모두 녹고 냄새가 스며들어서 먹을 수 없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해당 아파트 주차장 환풍기는 검게 변하고 녹아 내린 모습이었다. /사진=독자제공
이날 지하주차장에서는 차량이 여러대 밖으로 나왔다. 앞뒷면 유리창은 검댕으로 덮여 있었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동차를 쳐다봤다. 주차장 입구에도 검은색 분진이 가득했다. 주차장 환풍기는 녹아 내린 모습이었다.
김씨는 "석달 전에 차를 새로 구매했다"며 "지하 2층에 세웠는데도 상태가 심각하다. 일반 세차로는 안된다고 해서 고압 세차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주민들, 2주 이상 대피소에 머물러야
5일 오전 10시쯤 경명초등학교에 임시 주거 시설이 마련된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청라2동 행정복지센터 설치된 임시 텐트 안에서 만난 주민 B씨는 급하게 연차를 내고 이곳에서 가족들과 머물고 있다. 샤워는 주변 아파트 공용 샤워실을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소 2주 이상 임시 주거 시설에 머물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이모씨는 "8일에 전기가 들어오고 9일에 복도, 계단 청소가 진행된다고 했다"며 "10일에 각 세대별로 청소가 진행되면 2주 넘게 이곳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일상이 갑자기 멈춘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하주차장 모습. 주차장 내부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사진=독자제공